법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소명 부족”
검찰이 화천대유 측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청구했던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중 가장 혐의점이 뚜렷했던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까지 실패하며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곽 전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그에 반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은 부족하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든 화천대유 측이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린 뒤 무산 위기에 처했을 때,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의 부탁을 받고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당초 곽 전 의원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검찰은 공무원의 직무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특경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시했다. 또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50억원이었지만, 검찰은 세금을 뺀 25억원을 최종 수수 금액으로 봤다.
검찰은 이날 심사에서 김만배씨의 진술과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 입찰 직전 경쟁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에게 손을 뻗치자 곽 전 의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윗선 규명' 첫발 곽상도 신병 확보 실패
檢, 부실 수사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김씨와 곽 전 의원, 김정태 회장 등은 모두 성균관대 동문이다.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한 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하자, 지난 2018년 9월 김씨를 식당에서 만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곽 전 의원 측은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곽 전 의원은 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심문 과정에서도 청탁을 받은 경위나 일시, 장소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과거 김만배씨가 남욱 변호사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것 말곤 아무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윗선 규명으로 올라서기 위한 첫 발판으로 여겨졌던 곽 전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소환했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나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은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별도의 강제수사도 진행된 바 없다. 특히 검찰은 이번 영장 청구에 앞서 직접적인 사건 관계자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조사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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