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모르거나 무관심했던 장애인의 일상…연극 ‘동행’의 진솔함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늘 우주의 존재를 궁금해했다. 생전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일생 대부분을 기계에 의지했음에도 우주에 대한 관심은 멈추지 않았다. 작게는 거동부터 의사 전달까지, 크게는 호흡부터 근육 사용까지 전부 기계의 힘을 빌리게 됐을 때에도 그는 “고개를 들어 별을 봐라, 고개를 숙여 발을 보지 마라”라며 우주의 비밀 열쇠를 찾자는 희망을 전했다.

그런 스티븐 호킹이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저명한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 장애인 인식개선 연극 <동행: 인생은 소풍>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달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3시 수원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 <동행: 인생은 소풍>은 저승을 배경으로 기획된 공연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애인들만 모이는 저승 정산소를 중심으로 한다. 본래 저승 정산소에 오려면 ‘장애인의 옷’이 벗겨진 체여야 하지만, 원인 모를 오류로 일부 장애인들이 이승 모습 그대로 장애를 품은 채 찾아오게 된다.

그 때문일까. 각양각색 장애를 가졌던 장애인들은 저승 정산소 안에서 충돌하기 시작한다. “신장 투석은 겉모습 멀쩡하니까 사람들이 벌레 보듯 피하진 않았을 것 아니냐”며 절뚝절뚝 걸음으로 따지는 사람, “두 다리 건실하다고 뛰어다니는 꼴 보기 싫다”며 휠체어에 오른 채 툴툴거리는 사람 등이 언성을 높이며 싸워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조현병으로 환청을 듣고 ‘혼자만의 싸움’을 하며 처절하게 절규하는 ‘은란’의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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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은 갈등을 통해 서로 몰랐던 서로의 장애를 이해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연극은 장애가 그 누구의 잘못도, 책임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피력한다. 장애인은 마냥 선(善)할 필요도 없고, 약자인 것도 아니라고 부연 설명하기도 한다. 그저 ‘그분의 뜻’이라는 대사들을 통해 굉장히 진솔하고 담담하게 장애인의 생각을 그려낸 연극이라고 여겼다.

어쩌면 그만큼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다만 작품을 풀어내는 구성원에 실제 장애인들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극단 성남93과 걸그룹 에이프릴 윤채경이 출연한 이 작품에선 중증지체장애인 ‘대만’역(役)의 최대만, 경증시각장애인 ‘순호’역(役)의 노순호, 중증발달장애인 ‘재훈’역(役)의 이재훈 등 배우 6명이 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인 배우들이 제 인생살이를 제 입으로 풀며 떨리던 소리는 가슴 저 밑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와닿았다. 

결국 <동행: 인생은 소풍>은 그동안 몰랐거나 무관심했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자는 예술적 시도다. 무엇보다 오해와 편견 없이 서로를 대하자고 외치는 장소가 누구에게나 평등한 ‘저승’이라는 점에서 겸허함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고개를 들어 별을 보듯, 수많은 장애인의 일상과 꿈에 궁금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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