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여년 만에 인천 앞바다를 거쳐 제주도를 가는 여객선을 탄다는 것이 설레지만 한편으론 아직 무섭기도 합니다.”
10일 오후 4시께 인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제주행 터미널 매표소 앞. 서울에서 친정어머니인 문기덕(60)씨와 딸 구서연양(8)과 함께 인천~제주 항로 카페리 여객선 ‘비욘드 트러스트호(Beyond Trust)’ 탑승을 기다리는 신화경씨(36)씨는 들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신 씨는 “7여년 전 세월호 침몰 사건이 떠올라 아직 겁이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에 해외도 나가지 못하는 어린 딸에게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사전 예약을 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제주행 터미널에서 만난 백경훈(45)씨는 이날 현장에서 탑승권을 끊고 여객선에 오를 준비를 한다. 그는 “가족들이 제주도에 있고 경기 화성에 홀로 지내는데 제주 항로가 이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차에 짐을 싣고 배를 통해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에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또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사는 이민용(86)씨는 “퇴직하고 아내와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던 참에 집 가까운 이곳에서 제주도를 갈 수 있다고 하여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신문을 통해 여객선이 안전관리도 잘됐다고 들어 큰 걱정은 없고, 빨리 갑판 위에 올라서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여객터미널 밖 부두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 뒷문 램프로 수십대의 차량이 줄지어 들어간다. 여객선 4층 화물칸엔 안전관리 직원들이 차량을 고정하는 고박 작업에 힘을 쏟는다. 이들은 묶인 고박 장비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휴대용 캠으로 작업완료한 화물 및 차량을 영상에 담아둔다. 여기에 다른 화물칸에도 오토바이 10여대와 카라반 등 여러 종류의 차량이 단단히 묶인다. 이어 7층 조타실에선 항해사와 승무원들이 출항에 앞선 회의를 하는 동시에 한 직원은 실시간으로 과적이나 불균형을 사전에 없애는 기능의 ‘화물 적재 중량관리체계 시스템(Block Loading System)’을 통해 화물 배치를 무전으로 알리기도 한다.
이어 오후 6시께 탑승을 위해 터미널을 나선 승객들은 대기 중인 45인승 버스에 올라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의 탑승트랙까지 승객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한다. 승객들은 무거운 짐을 한가득 들고 있지만, 표정만큼은 밝다. 한 승객은 오래기다렸지만 드디어 탄다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는다. 동창들끼리 온 40대 남성 4명은 제주행 여객선의 첫 손님인 것을 기념하자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버스에서 내려 탑승트랙으로 오르기 전 승객들은 직원들에게 승차권과 신분증 검사를 받는다. 한 여성은 배를 보고 “와, 진짜 크다. 이것저것 시설이 많아서 14시간이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배에 오른다.
이어 오후 6시48분께 출항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여객선에선 웅장한 기적소리를 내뿜는다. 이후 오후 7시19분께 탑승트랙이 여객선과 멀어지며 선착장과 연결하던 줄이 풀림과 동시에 출항을 알리는 5번의 기적이 울려 퍼진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이 같이 7여년 만에 인천 앞바다를 가로지르며 제주도로 떠났다.
이날 방현우 하이덱스스토리지㈜ 대표는 “수년 동안 승객의 안전과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 끝에 이날 첫 출항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신중한 자세로 비욘드 트러스트호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여러 프로모션을 준비해 승객들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지역 주민을 위한 추가 할인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비욘드 트러스트호엔 181명의 승객이 탑승했으며 차량과 일반화물 포함 72대가 함께 실린 상태다.
이승훈·이지용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