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압력·로비 증명할 유한기 사망/‘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던데

유한기씨가 사망했다. 자택 인근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현장 정황 등으로 봐 자살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찰이 유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했다. 항간에 떠도는 괴소문을 인식한 절차로 보인다. 유서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 유서에 쏟아지는 관심이 크다. 유씨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었다. 이미 구속된 유동규 본부장과 ‘유투’로 불렸다. 대장동 수사의 핵심 중 하나다. 특히 절대적 증인인 사건이 몇 있다.

가장 큰 것은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 압력이다. 2015년 2월에 유씨가 황 사장을 압박하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본부장이던 그가 직속상관인 황 사장을 면전에서 윽박지르는 장면이다. 이때 그의 입에서 ‘시장님’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대체적으로 ‘시장님의 뜻이다’는 취지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그분’은 등장했다. 김만배 대주주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시장님’이 직접 거론된 자료는 이게 유일하다.

황 사장은 이 압력의 배후로 이재명 당시 시장을 지목했다. 유씨가 시장의 지시를 믿고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터무니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황 사장의 사퇴는 그 자신의 비위와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황 사장 측과 이 시장 측 주장은 이렇듯 팽팽하게 맞선다. 결국, 진실을 증명할 당사자는 한명뿐이다. 직속상관에 ‘나가라’고 밀어붙였던 유한기 본인이다. 그런 그가 사망했다. 묻힌 것이다.

또 한가지 의혹은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의혹이다. 대장동 사업 부지의 일부가 1등급 권역이었다.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아 개발 불가능한 곳이다. 그 지정을 했던 한강유역환경청이 무슨 이유에선가 다시 풀었다. 대장동 전체 개발 수익의 규모가 늘어난 중요한 전환이다. 이 역할을 유씨가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유씨 단독 결정인지,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뇌물을 단초로 잡았다.

유씨가 2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봤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건넸다. 뇌물 명목은 한강유역환경청 로비다. 이 돈은 민간 사업자 이모씨로부터 출발했다.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다. 박 특검은 대장동 의혹에 광범위하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찰이 작성한 구속영장은 이 2억원의 뇌물이다. 구속 후 전체적인 의혹을 수사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랬던 유씨가 사망했다. 모든 걸 밝히기가 어려워졌다.

유씨의 사망 이후 정치권 논평이 비슷해졌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 측도, 주장의 구분이 없어졌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그렇다. 똑같이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한다. 똑같이 ‘핵심은 비켜간 수사’라고 한다. 똑같이 ‘특검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고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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