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나누는 마음과 나직이 건네는 위로면 금세 마음이 따뜻해져요”
나눔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행복의 씨앗을 심고, 사랑을 담아 수확하는 사람이 있다. 시흥시 정왕본동에서 농지를 임대해 벼농사를 짓는 주민 이광동씨(65)가 그 주인공이다.
이광동씨는 지난해까지 30년간 낮에는 환경미화원으로, 저녁에는 농사꾼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아내와 함께 직접 농사지은 쌀 후원을 이어왔다. 올해까지 벌써 8년째 기부다. 부부가 기부한 햅쌀 300㎏은 관내 소외계층에 전달해 추운 겨울날 따뜻한 선물이 되고 있다. 특히 한 해 동안 직접 경작해 수확한 쌀이기에 의미가 더 남다르다. 아무리 수확량이 적어도 기부량을 줄이지 않는 것도 그만의 원칙이다.
퇴직한 지금은 오롯이 농사에만 집중한다지만, 은퇴 전에는 새벽부터 온종일 하는 거리 청소조차 버거웠을 텐데, 퇴근 후 농사일까지 하는 에너지가 대체 어디에서 샘솟았을까. 이씨는 “줄곧 어렵게 살아왔던 터라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하면 농사도, 후원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년기에는 무려 일주일간 굶은 기억이 있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기에 이씨는 누구보다 소외계층의 배고픔과 서러움에 깊이 공감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남을 돕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자 그렇게 매년 선행을 잇는 중이다.
초겨울 추위가 매서웠던 얼마 전엔 노숙자 행색의 한 남자가 농사일로 머무는 이씨 부부의 농막에 찾아와 밥 한 끼만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부부는 정성스레 차린 밥상으로 그의 허기를 달래주었고,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여줬다. 이씨는 “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굶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속상하고 눈물 나는 일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눠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밥 한술이라도 뜰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연거푸 고맙다던 그 남자의 모습에 마음이 헛헛하다”고 전했다.
이웃의 삶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그의 마음은 쌀 후원을 넘어 다양한 기부로 이어지고 있다. 정왕본동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버려진 고철쓰레기 수거에 나서 환경 정화에 일조할 뿐 아니라, 그렇게 틈틈이 모은 고철을 팔아 설이나 추석 명절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래떡과 라면 후원에도 아낌이 없고, 몇 백만원의 후원금 기탁에도 서슴없다.
수년째 이어지는 이씨의 선행에 시흥시에서도 2019년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씨는 지치지 않고 나눔 실천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로 부인과 두 딸의 든든한 지지를 꼽았다. 가족들은 할 수 있는 한 더 많이 베풀자며 항상 그를 응원한다.
이광동씨는 “나눔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건 없는 것 같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는 말을 나눔을 통해 직접 체감하며 살고 있다”며 변함없는 기부를 약속했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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