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보다 ‘치안 덩치’ 큰 경기남부청, 차장 직제 회복 좌초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차장 직제를 서울경찰청에 내준 경기남부경찰청의 고위직 회복이 좌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경기남부권 치안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올해 초 국가ㆍ수사ㆍ자치경찰로 경찰 조직을 개편하면서 경기남부청의 차장 정원을 서울청으로 이관했다. 시ㆍ도경찰청의 차장은 치안총감(경찰청장), 치안정감 다음의 치안감 계급이 보임되며, 청장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시에 2인자라는 상징성을 갖는 자리다.

그간 차장 직제가 유지된 건 치안 수요가 많은 경기남부청과 서울청뿐이었다. 그러나 조직 개편으로 서울청은 기존 1차장에서 3차장ㆍ7부장 체제로 단숨에 덩치를 키운 반면, 서울청보다 더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는 경기남부청은 고위직 자리를 내주면서 0차장ㆍ4부장 체제로 쪼그라들게 됐다.

조직 개편 직후인 올 상반기 경기남부청은 차장 정원 회복과 형사부장(경무관) 신설을 통해 1차장ㆍ5부장 체제로 조직을 확충해 달라고 본청에 요청했다. 경찰청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행정안전부에 직제 개편안을 넘겼지만, 이 계획이 기획재정부 심의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무산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경기남부권의 범죄 발생 건수는 30만1천422건으로, 서울의 29만6천178건을 앞지르며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558명으로, 전국 평균 404명에 도달하려면 최소 6천842명의 직원이 더 필요하다. 서울청의 1인당 담당 인구는 327명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넉넉하다.

더욱이 경기남부청은 관할 면적이 서울청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관할 인구가 1천만명을 넘긴 것도 경기남부청이 유일하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에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까지 굵직한 수사를 담당하며 성과를 내온 것도 경기남부청이었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역시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일선의 현실을 언급하며 조직 확대와 인력 증원을 요청한 바 있다. 결국 부실한 현장 대응과 수사부서 기피 현상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경찰개혁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치안 수요에 걸맞는 조직 개편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경기남부경찰은 어느 시ㆍ도경찰청 못지않게 방대한 치안 수요와 광범위한 면적을 관할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치안 유지와 청장의 주요 업무 집중을 위해 차장 직제 회복은 물론 조직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내년도 정부안에 담기지 못해 당장 조직 개편은 어렵다”며 “경기남부청에서 다시 요청하면 내년 1월부터 일정에 맞춰 개편 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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