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팔순인 김 할아버지는 중소기업 경리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주산과 부기에는 능했지만, 컴퓨터를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젊어서는 돈을 좀 모았지만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내를 병구완하는 와중에 이래저래 없어지고 지금은 낡고 좁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유일한 낙이라면 인근 복지관에 다니며 경로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비슷한 처지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복지관 선생님은 복지관에 가지는 못해도 ‘비대면서비스’라 해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면 상담도 할 수 있고 교육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들 성화에 개통한 핸드폰도 전화 걸 때만 간신히 쓰는 형편에 ‘비대면서비스’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기도 했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데다가 데이터 이용료도 부담이 돼 포기하고 말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하며 잠깐 느슨해졌던 방역의 고삐가 다시 바짝 죄어졌다. 사적모임은 취소됐고 업무상 회의도 다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부상한 것이 ‘비대면서비스’이다. 모든 서비스는 ‘비대면으로도 가능한지’가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됐고, 실제로 여러 비대면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대규모 감염병 하에서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코로나는 돌봄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난히 가혹했다. 돌봄의 기본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전제로 하는 수발이다. 사람은 먹어야 하고 추위와 더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아프면 간호를 받아야 하는 몸을 가진 존재다. 돌봄을 포함한 사회서비스가 대인서비스 혹은 휴먼서비스라고 불리는 이유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해지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복지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욕구는 사람끼리 만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비단 신체수발이 아니더라도 비대면서비스의 대부분은 김 할아버지는 같은 분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교육부에서 2020년에 실시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14.2%, 80세 이상은 49.3%가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비문해 인구였다. 디지털 문해력은커녕 한글 문해력도 충분치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만나지 않고는 마음도 전하기 힘들다. 비대면서비스에 들이는 노력만큼 ‘안전한 대면서비스’에도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시 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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