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제주 여객선 재취항, 안전의 새 이정표로

지난 10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조용한 역사적 행사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끊겼던 인천~제주 카페리 여객선이 7년 8개월 만에 다시 뜨는 ‘비욘드트러스트호’ 취항식이다. 연간 여객 10만명, 화물 100만t 이상을 나를 것으로 기대하는 취항식에는 여객선사 대표와 인천시 부시장, 인천해수청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조촐한 행사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한 취항식은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발생하지 않게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선박 건조회사에 따르면 710억원을 들여 건조한 여객선은 총 톤수 2만6천546t으로 세월호보다 4배 이상 큰 규모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 여객선이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선박복원성 확보에 노력했다. 화물 선적 중 선박 균형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화물적재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항공기처럼 위치·속도·운항거리·도착시각 등의 정보가 담긴 운항정보시스템도 적용했다. 비상시 정원 854명이 30분 이내 탈출할 수 있는 비상해상탈출시스템을 탑재했다. 안전을 우선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름길 ‘맹골수도’를 피해 40분이 더 걸리는 항로를 택했다.

선박 건조부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고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지 하지 않기 위해서 여객선의 이름에서도 ‘신뢰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자본 탐욕을 위한 온갖 비리와 부패의 백화점으로 상징되는 세월호와 비교되는 이름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의한 참사와 불신을 넘어가야 하는 그 이상의 신뢰 의지도 포함된 듯하다.

7년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지나 다시 취항하면서 안전에 완벽히 했으리라 믿지만, 걱정도 남아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안내방송을 믿으며 선실에서 대기하였던 선량한 학생과 시민들이 무참히 희생한 사실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 및 당시 정부 대처에 대해 완전한 규명과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신뢰 회복이 미흡한 상황이다. 안전관리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선행조치와 관련 기관들의 혁신적이고 투명한 안전관리도 함께 필요한 때다.

안전은 보이지 않은 자산이라 우리 주변과 사회에서 경제성에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험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남의 일로 치부되기도 쉽다. 사회적 재앙에 대해서 쉽게 망각하고 사후 대책도 임기응변적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렵고 고귀한 가치인 안전은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혹독하게 경험했고 잊어서는 안 됨을 깨달았다. 여객선 재취항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 세월호의 희생이 고귀하게 승화할 수 있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쓴다는 각오로 최고의 안전 모델을 구축해 주길 기대해 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