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 평택이 많이 바뀌고 있는 만큼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마을이 아직 많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관점에서 한 지역의 변화는 당연하건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정든 고향이 회색빛 풍경으로 바뀌는 모습에 가슴이 뭉글해져 오는 사람도 여럿이다. 이런 아쉬움과 지역을 향한 애정으로 평택의 사라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이가 바로 최치선 평택문화원 상임위원(68)이다.
최 위원이 처음 기록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평택시사’를 펴낸 직후다. 큰 사건 중심으로 기록된 지역사를 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보자며 마을에 주목했다. 최 위원은 “개인사와 마을사야말로 지역의 역사”라며 “2014년 하반기부터 향토사학자들과 팀을 짜 개발을 앞둔 지역의 마을을 조사·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7년간 매년 1권씩 총 7권의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이 기간 최 위원이 다녀간 마을만 140곳이다. 그곳에서 1천500여명이 넘는 사람과 만나 대화하며 평택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난 2018년부터는 드론으로 하늘에서 본 평택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 기록하고 있다. 넓은 들과 계단식 논, 안성천과 진위천, 서해 등이 그의 손을 거쳐 각기 ‘평택은 들이다’, ‘평택은 물이다’, ‘평택은 항구다’란 이름의 작품으로 태어났다.
최 위원은 이 사진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11월 기록사진전 ‘평택은 들이다’를 열었고, 동명의 시도 썼다. 그가 쓴 시는 평택문화원에서 노래로 만들어져 그의 사진과 함께 초등학교 3학년 지역 교과서 ‘우리 고장 평택시’에 실렸다. 최 위원은 “어느 집 아이들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드는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을 들은 적 있는데 매우 기뻤다”고 뿌듯해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 위원은 지난 5월 제26주년 평택시민의 날에 문화예술분야 경기도지사 표창 대상자로 뽑혔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래 ‘평택은 들이다’가 영상으로 제작돼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얻으면서 평택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최 위원은 “무심코 평택을 보면 별것 없는 지역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들꽃처럼 예쁘다”며 “경주나 공주 같은 옛 도읍지는 아니기에 뛰어난 유물과 사적은 없어도 선사시대부터 다양한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살아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은 “평택이란 공간을 매개로 과거부터 오늘날 시민들에게까지 역사적인 맥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평택=최해영ㆍ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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