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박대묵’을 보았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어떤 맛일까? 박대 껍질로 만들었다고 하니 뭔가 명태껍질 같은 맛이 날까? 막걸리랑 먹으면 어울린다는데 이 묵도 그럴까. 날씨가 차가울 때 먹는 거라던데, 그러면 이번 겨울에 소무의도를 한번 들러봐야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놀러와, 인천에 맛있는 거 많아”라고 했더니 “전국에 맛있는 건 강남에 다 있어”라는 답변에 언짢았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그래, 돈과 사람이 모두 모인다는 저 어딘가에 비싸고 맛있는 게 많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정말 ‘전국의 맛있는 것 모두’일까.
천만의 말씀. 인간과 바다가 함께 오랜 세월 부대끼며 만들어온 나눔, 연안 바다에서만 끌어올려 만들어낸 특별한 경험, 남북이 맞대고 있는 한강하구에서의 눈물과 한숨, 이 모든 것이 함께 빚어낸 문화를 어디서나 똑같이 맛볼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마시라. 세상 그 어떤 능력자도 많은 이들이 바로 ‘여기에서’ 고민하고 노력했던, 지금도 여전히 변하고 있는 결과물들을 그대로 똑하니 도려내 옮겨갈 수는 없다. 알고 있는 이들이 줄어들고 기억에서 사라지면 그대로 휘발될 수는 있어도 맥락 없이 옮겨 앉을 수 있는 것은 추상적 문화일 뿐,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밀착적인 지역문화가 아니다.
어디 박대묵 같은 먹거리뿐일까. 손끝까지 저릿할 수 있는 춤도 한숨 섞인 노래도 풍어와 안전을 비는 기원도, 소금을 말리던 공간도 지금의 남북경계선을 오가던 배들도 모두 인천의 해양과 함께 살아오며 만들어졌던 일상의 정신적, 물질적 산물들이다. 이런 인천의 풍부한 해양문화가 사라져가는 오래된 것으로 박제되게끔 놔두어도 되는 것일까.
우선 인천시의 행정 어디에서라도, 한강하구, 섬, 바다에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해양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양 관련 부서에서 해양 ‘문화’는 자신들의 업무 소관이 아니라 하고, 문화 관련 부서에서는 ‘해양’ 문화가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인천의 해양문화는 모두 과거형이 될지도 모른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수천만원씩, 수억원씩 들여 지역의 특성이니 대표 콘텐츠니 새롭게 만들어내며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려 하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들을 수집하자. 그리고 그 특이성과 차별성을 연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인천시민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비슷비슷한 건물과 주차장, 식당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해양문화가 시민을, 거주민을 그리고 관광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것이다.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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