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게 말이 되는 설명인지 생각해 보자. 중수본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공보의들을 복귀시킬 계획이다.” 당분간 복귀시킬 계획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아닌가. 인천시 관계자의 해명은 이렇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섬 지역에서도 공보의를 차출할 수밖에 없었다…(옹진)군과 협의해 의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지만 하필 그 희생을 안 그래도 열악한 섬 주민 권리에서 앗아가나. 이 불합리함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말한다.
인천 옹진군에 장봉도(長峰島)와 시도(矢島)가 있다. 이 섬에 끊긴 의료 서비스 얘기다. 농업,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2천여 주민이 산다. 코로나로 자취를 감췄지만 관광 수입도 적잖았다. 그런 이곳이 지금 의료공백에 빠졌다. 사실상 사각지대다. 통상의 도서 지역이 그렇듯, 제대로 된 의료 기관은 없다. 장봉도와 시도에 보건지소가 1곳씩 운영된다. 각 지소에 공중보건의(공보의)가 각 2명씩 근무한다. 섬 주민에겐 생명 지킴이와 같은 존재다. 이들이 1명씩 줄었다. 장봉도 공보의는 중수본이 차출해갔다. 2월이니까 벌써 10달 전이다. 시도 공보의는 인천시가 차출해갔다. 7월이니 반년 전이다.
중수본과 시가 내세운 근거는 같다. 장봉도·시도가 내륙과 가깝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지금 상황을 보자. 장봉도와 시도의 보건지소 공보의는 1명씩이다. 공보의 1명 담당 인구가 장봉도 997명, 시도 1천167명(신도·모도 포함)에 달한다. 응급 처방을 내려주는 의료 전문가가 유일한 의료 기관인데 그게 1명이다. 2명의 공보의가 교대로 근무할 때는 평일과 주말 모두 24시간 운영이 가능했다. 현재는 주말 운영이 불가능하다.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응급상황이 주말에 발생하면 대책이 없다. 해경정이나 병원선 등이 도착할 때까지 조치 없이 기다려야 한다. 2천명 이상의 국민이 처해 있는 의료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전한 구석이 없는 나라다. 여기서 빼서 저기 틀어막는 위기 상황이다. 그걸 탓하려는 것 아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골격은 있어야 한다. 건강을 지키는 방역이다. 방역의 대상은 모든 국민이다. 도심 지역의 방역을 위해 섬 지역의 방역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장봉도나 시도의 의료 서비스는 안 그래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 섬에서는 아직도 맹장이 터지면 죽어요.’ 섬 주민이 던지는 탄식이다. 도서 지역의 의료 실태를 더 없이 설명해준다. 이런 섬에서 빼낼 인력이 어디 있다고 반을 줄였나. 어쩌자고 그 위험한 공백을 반년 넘게 방치하고 있나. 경기일보가 살펴본 건 인천 옹진군의 섬 두 개다. 이런 섬이 여기 말고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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