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의 평화로운 일상’…허미영 작가 ‘이산의 초상’

허미영 作 '이산의 초상'

‘가족 구성원이 본의 아니게 흩어짐으로써 서로 만날 수 없게 된 가족’을 ‘이산가족’이라 부른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 국가 분단 등 이유로 가족과 언젠가는 이별하게 된다.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이별 후에는 더는 가족을 볼 수 없어 그리움만 커진다.

허미영 작가는 가족과의 이별을 경험한 후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가족과 떨어진 이산가족을 찾아 인연을 맺었고 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오는 31일까지 수원 사진공간 움에서 진행되는 <이산의 초상> 展이 기획된 배경이다.

허미영 작가는 아기를 안고 피난 오던 할머니를 찾아다니면서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 마을 주민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냉정리 마을엔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번 전시에서 허미영 작가가 보여준 이산가족의 모습은 으레 떠올리는 풍경과는 다르다. 허 작가는 이들이 가족과 떨어진 사연을 들으며 지금의 평화로운 마을 일상을 사진으로 찍었다. 마을회관에 모여 밥을 나눠 먹고 화투를 치며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익숙하게 봐왔던 시골 마을의 풍경이다. 허 작가는 “평범함과 극단적 감정의 표출이라는 모습 두 가지 모두 이분들의 삶 속에 공존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가족과의 이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허미영 作 '이산의 초상'1
허미영 作 '이산의 초상'

고향을 떠나 가족과 떨어진 이들은 피난 시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것, 강가에 버려진 아이들이 있었던 것 등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와 이별의 슬픔이라는 상처는 쉽게 잊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과 상처가 공존하는 모습은 파주의 동화경모공원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밀조밀하게 늘어선 무덤은 건널 수 없는 강의 저편, 북쪽을 향해 있다. 이곳은 북쪽이 고향인 사람들의 묘역으로 이들의 고향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냉정리 마을 사람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듯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살아서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바라보며 함께 하고 있다.

허 작가는 <이산의 초상>을 통해 우리의 사유를 가족으로 확장시켜 이산가족의 일상과 아픔, 삶의 의지 등이 우리 모두의 것임을 깨닫게 유도한다. 냉정리 마을 사람들과 허 작가의 진솔한 고백처럼 우리 역시 가족 중 누군가를 잃었거나 언젠가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 작가는 “특별한 삶을 살아온 ‘이산가족’의 일상은 어쩌면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에 대한 관심을 더하고 이산가족들의 상처가 치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본 관객들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허미연씨(23)는 "교과서로만 봤던 전쟁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고통을 사진으로 마주하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고, 고통이 와닿는다"며 "전쟁의 아픔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상처가 머무르는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먹먹하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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