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경기도내 자영업자들이 휘청이고 있다. 원재료값은 치솟고 있지만 코로나19 영업제한 등으로 매출 감소세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판매 가격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원두 가격 기준인 커피C 선물은 이달 기준 파운드당(약 454g) 2.4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동기(1.18달러)보다 두 배 이상 치솟은 가격이다. 세계 최대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이 이상기후로 원두 수확량이 급감했고, 제2의 원두 생산국인 베트남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물류 이동이 제한된 탓이다.
이는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26)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두를 ㎏당 2만5천원에 납품받았다. 이달 들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납품 업체의 통보와 함께 ㎏당 2천500원이 올랐다. 한 달 100여㎏의 원두를 사용하는 A씨는 월 25만원 이상의 마진이 추가로 감소하는 셈이다. A씨는 “방역패스 시행 이후 매출도 절반으로 줄었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단골 고객들의 발길마저 끊길까 걱정돼 가격은 올릴 수 없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프랜차이즈 카페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전 세계 산지 커피 농장과 직접 계약을 하거나 수입한 원두를 보관할 창고가 있어 당장은 원두 가격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수원에서 한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B씨(48)는 “이번달부터 원두 납품가가 1㎏당 3천원이 올랐지만, 별도의 커피 가격 인상 계획을 전달받지는 않았다”며 “가격을 인상하고 싶지만 프랜차이즈여서 어렵다. 결국 가게를 직접 운영하는 소규모 업주들이 고통을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커피 원두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국제 곡물 선물가격은 약 3~6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데 원두 가격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추가 인상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원두 납품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 등으로 감소한 커피나무를 대체할 새 나무가 자라고 수확할 때까지 수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재고도 결국 소진될 것”이라며 “국제 원두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내년에도 추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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