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는 모호하다’, ‘죽음을 가까이해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등 연극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전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진부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연극은 우리 주변의 이웃, 소시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웃음을 주는 재미까지 담겨 있다. 지난 11월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진행된 의정부 로컬 음악극 <뚝방 팔선녀>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진행한 김기태 작가의 이야기다.
10여 년 동안 극본을 써온 김기태 작가는 우리네 이야기를 쓴다. 김 작가가 평소에 보고 느끼고 겪으며 생각했던 생각과 주변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조합해 친근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김기태 작가는 “만들어 낸 이야기가 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들어낸 이야기는 우연한 연속이 아닌 정해진 이야기”라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의 연속이기 때문에 더 드라마틱하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가 선보인 <뚝방 팔선녀> 역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김 작가의 철학을 담은 음악극이다. 그는 의정부 뚝방마을에 사는 곽수정 배우가 우연히 길에서 무당을 만난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상황을 담아 극본을 완성했다. 음악극은 의정부지역의 뚝방마을을 배경으로 ‘신빨’이 떨어져 가는 무당 만신 선녀 보살과 주택조합사람들이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 작가는 “각자 가진 운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운명은 하늘이 준 명을 운전하는 것”이라며 “<뚝방 팔선녀>를 통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정해진 운명은 없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정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뚝방 팔선녀>는 내년 1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앙코르 공연을 진행한다.
다양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만큼 김 작가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어느 대목에선 웃고 어느 대목에선 울림을 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기억된다. “어느 순간부터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이야기에 따뜻함이 있다’고 전해주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도 그랬지만 극본과 무대에 따뜻함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의 특별한 목표나 계획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한결같이 우리의 이야기를 써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다. 그는 “꾸준하게 글을 써왔지만 아직 무대로 올리지 못한 글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재미, 삶의 메시지 등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양함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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