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정치 바람과 거리 두어야 할 공기업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거센 한파를 맞고 있다. 2001년 개항 전부터 매립공사는 물론 터미널건설공사 현장을 수시로 취재하고 개항 이후 8년간 공항 출입기자로 활동한 터라 꽁꽁 얼어붙은 공항에 온기가 필요한 실상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순위이어서 입사 경쟁률이 180대 1까지 치솟던 꿈의 직장이다.

세계 1위 공항의 명예가 무색하게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적자 비상경영 상황에서 사장 2명(8·9대)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한 구본환 8대 사장이 복귀를 선언해 ‘쌍두마차’가 인천공항을 이끌게 된 미묘한 일이 벌어졌다.

왜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 매년 3천억~6천억 원의 흑자를 내던 알토란 같던 공기업이 어느 순간부터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사장 자리가 정치권 징검다리로 변질하고, 낙하산 인사가 심해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마구 날아들었다. 개항 초기 공항시설의 미비점과 불완전성을 질타했던 여론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1999년부터 세계 1위 공항의 반열을 탄탄히 다진 2013년까지 공사 사장을 지낸 사람은 4명이었다. 정부 관료 출신의 1, 2대 사장은 뚜렷한 국가관으로 일류 공항의 초석을 튼실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경영인 출신으로 영입된 3, 4대 사장은 인천공항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웠다. 이들의 재임 기간은 각각 3~5년씩 총 14년이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고 이채욱 4대 사장은 공항 종사자들의 정주 여건에 중요한 교육시설인 인천의 1호 자율형사립고인 영종하늘고를 건립하면서 감사원 감사라는 고역을 치르면서도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그를 기리는 흉상이 최근 교정에 세워졌을 정도로 공헌을 인정받고 있다. 강동석 전 사장은 공항과의 초창기 인연을 잊지 못해 영종도를 노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2013년부터 5~9대 사장은 관료 출신 일색이다. 5대 사장은 선거 출마를 위해 취임 1년도 안 돼 자리를 박차고 나가 비난을 샀다. 5~8대 사장 4명의 재임 기간은 국회의원인 7대 사장(3년)을 제외하고 모두 1년에 불과했다. 또 감사, 이사, 자회사 임원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이래 잡음이 커졌다. 내부 동력이 아닌 정치권 압력으로 차별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다 노-노갈등을 빚고, 취업준비생들로부터 공정과 역차별 시비가 일어났다.

인천공항이 글로벌허브공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에어시티와 MRO단지 등 공항주변부 개발, 해외사업진출, 공항 4단계 및 제3터미널 건설 등 할 일이 태산같다.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소신파 CEO가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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