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최전방 K- 공무원, 당신들이 영웅입니다

끝 모를 ‘변이 바이러스’ 두려움·공포 맞서
가족 그리움도 접어둔 채… 초과근무 밥 먹듯
검체분류부터 자가격리자 관리·역학조사 등
시민 일상 지킨 열정에 새해 팬데믹 종식 희망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인천지역 10개 군·구 보건소의 방역 전담 공무원들은 오늘도 헌신과 희생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이들의 소망처럼 우리 모두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마주 할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은 부평구보건소 백종석 주무관, 계양구보건소 김미희 팀장, 동구보건소 정태기 팀장, 미추홀구보건소 박은성 주무관, 강화군보건소 조순애 주무관, 옹진군보건소 최영태 주무관, 중구보건소 석선주 팀장, 서구보건소 장문정 주무관, 남동구보건소 김대혁 주무관, 연수구보건소 이정재 주무관. (왼쪽부터) 군·구 보건소 제공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인천지역 10개 군·구 보건소의 방역 전담 공무원들은 오늘도 헌신과 희생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이들의 소망처럼 우리 모두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으며 마주 할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은 부평구보건소 백종석 주무관, 계양구보건소 김미희 팀장, 동구보건소 정태기 팀장, 미추홀구보건소 박은성 주무관, 강화군보건소 조순애 주무관, 옹진군보건소 최영태 주무관, 중구보건소 석선주 팀장, 서구보건소 장문정 주무관, 남동구보건소 김대혁 주무관, 연수구보건소 이정재 주무관. (왼쪽부터) 군·구 보건소 제공

2021년은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듯한 한 해다. 끝날 줄 모르고 퍼져나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또 다시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4차, 5차 세기도 힘든 대유행. 그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동료는 떠났고, 남은 우리는 ‘나’를 잃어버린 채 살고있다. 다정히 마주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못하는 5살 아이는 “엄마는 없어” 한마디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게 했고, 퇴근하며 동료끼리 주고받는 “(집에)다녀올게요” 인사는 더이상 농담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달린다. 최전방에서 지켜야할 시민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방역 전담 공무원이다.

ㆍ“따르릉, 따르릉” 오전 7시30분, 이른 시간에도 쉼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부평구청 안전총괄과 백종석 주무관입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이 말을 반복한다. 자가격리애플리케이션의 오작동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자를 감당하는 일도 모두 내 몫이다. 늦은 밤 일이 끝나면 1시간 거리 집으로 가 녹초가 된 채 쓰러진다. 몇 시간뿐인 소중한 휴식이다.

ㆍ 오늘도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계양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으로 늘어선다. 감염병관리팀장인 나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에 잔뜩 움츠린 시민들을 가장 먼저 만난다. 지난 2년 휴가도, 연휴도, 가족도 신경쓸 겨를 없이 ‘김미희’ 이름 3글자를 잊고 지냈지만, 오늘도 나는 선별진료소로 향한다.

ㆍ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체실에 쌓이는 시민들의 검체를 관리·감독하는 일이 나의 업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천의료원에 입원한 뒤 “정태기 팀장님”을 외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선별진료소에 와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에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낸다.

ㆍ “박은성 주무관님, 지금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오늘도 다급한 연락에 미추홀구 보건소 보건행정팀 차량지원실을 나선다. 정규 근무시간은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까지 40분, 하루 3~4번은 초조해하며 결과를 기다릴 시민들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밥을 못 먹었다, 짐을 덜 챙겼다는 확진자를 기다리다 뒤차의 클락션 항의를 받기 일쑤지만, 이 시간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ㆍ 오늘도 12시간째다. 이른 아침 엄마인, 아내인 나를 두고 집을 나선다. 강화군보건소 감염병대응팀 조순애 주무관으로서 검체검사가 끝난 확진자와 접촉차를 분류하고, 자가격리자를 가려내느라 종일이 버겁다. 2년간 10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하면서도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으리란 믿음이 나를 지탱한다.

ㆍ 마스크로 가린 얼굴 너머로 확진자의 걱정 어린 표정이 드러난다. 겪어보지 못한 일의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옹진군보건소 최영태 주무관입니다.” 최대한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명절에도, 휴일에도, 보고 싶은 가족 대신 만나는 이들이 나의 가족이라 생각해서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확진자의 모습에 다시 가슴이 뛴다. 지금 우린 가장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되새긴다.

ㆍ “엄마는 여기가 숙소인줄 알아?” 아이의 물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2년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게 언젠지 모르겠다.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며 기초적인, 심층적인 역학조사를 하는 나는 중구보건소 역학조사팀 석선주 팀장이다. 관광지에 공항까지 품은 이곳엔 수많은 지역에서, 바다를 건너 해외에서 오는 확진자도 있다. 확산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동선을 쫓다보면 식사를 거르는 건 일상이다. 역학조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얻은 유과사탕 하나로 허기를 달래다 “지금 뭐 먹으면서 전화하는 거냐”는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의 선제적 대응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믿는다.

ㆍ 확진자가 의료기관으로, 생활치료센터로 향하는 순간 나는 늘 그들과 함께한다. 서구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장문정 주무관으로 사느라 매일 아빠랑만 함께하는 5살 아들은 “엄마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출산 직전까지 병실 배정을 받지 못한 임산부 확진자를 위해 어렵게 병실을 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힘이 난다. 언젠가는 새벽녘 전화에 깨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소망하면서.

ㆍ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자가격리자를 전담하는 건 격리자도, 나도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김대혁’으로 살았던 내 삶의 평범함은 사라지고, 남동구보건소 안전총괄과 주무관으로 코로나19라는 적과 싸우는 전쟁터에 놓여 있다. 마음대로 격리지를 벗어난 주민들을 자정까지 기다리고도 모진 말을 듣지만, 손전등도 나침반도 없는 막막한 어둠에서 “감사하다”는 시민의 말 한마디가 환한 빛의 출구로 다가온다.

ㆍ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자가격리자와 재택치료자 분들에게 비상식량세트는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다. 특히 어르신들은 배달주문에 익숙하지 않아 끼니 걱정에 막막해 하신다. “어르신, 연수구 안전총괄과 이정재 주무관입니다. 식량세트 두고 갑니다.” 한마디를 건네면, 작게나마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그저 도움이 됐다는 말 한마디, 그것이 피로에 시달리는 내게 큰 힘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 2년. 300만 인천시민의 일상이 멈춘 그 시간, 일상이 사라진 이들이 우리 곁을 지켜왔다. 그리고 내년에도, 그 후에도 드러나진 않지만 곳곳에서 우리를 지킬 그들을 응원한다. “2021년, 고생했습니다.”

김경희·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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