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어도 그 사실을 이웃ㆍ동료에게 섣불리 알리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사소한 말이 우리 모두를 공격받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10개월째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무리 민주화가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군(軍)이 헬기로 소수민족 마을에 폭탄을 떨어뜨린다거나 트럭으로 청년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등의 처참한 일이 지금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2022년엔 ‘미얀마의 봄’이 올까.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9일 오후 7시 미얀마의 평화를 기원하는 네번째 이야기 <미얀마의 봄: 평화를 기다리며> 문화제를 열었다. 노래, 토크콘서트, 강연, 연극 등이 함께 어우러진 시간으로 온ㆍ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이 문화제에서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프레셔스는 미얀마를 위한 헌정곡 <Everything will be Ok>와 <상록수>를, ‘미얀마 소녀’로 알려진 가수 완이화는 대표곡 <우리>와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해요>를 불렀다. 객석에 앉아 있던 재한미얀마학생 200여명은 때때로 박수를 치고 때때로 ‘세 손가락 경례’(선거ㆍ민주주의ㆍ자유를 상징)를 하며 호응했다.
가장 인상 깊은 건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주제의 토크콘서트였다. 사회자로 나선 방송인 크리스티안(Christian Burgos)과 찬찬(Chan Chan)은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희생자 가족의 손편지와 시민방위군이 보낸 영상 등을 공개했다.
쿠데타에 맞서는 미얀마 국민들은 ▲국제사회 관심 ▲치료제ㆍ식량 지원 ▲군부 경제권 차단 ▲쿠데타 불참하는 연예인 보이콧 등 활동이 절실하다며 호소했다. 이를 두고 찬찬은 “미얀마만의 사태라 생각하지 말고 하루빨리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며 “짧은 인생에서 국가를 위해 찬란히 역사를 기록해가는 이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뒤이어 ‘미얀마 민족과 난민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이 진행됐고, 미얀마 학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미얀마 소시민들의 삶과 군부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의 현실 등을 묘사한 연극이 펼쳐졌다. 재한미얀마학생모임 대표 진밍(Zin Min)은 “미얀마의 민주화가 조속히 오기 위해선 미얀마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며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했다.
군부의 폭력적 진압과 민주화 운동 탄압은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새해, 새 계절엔 미얀마에도 봄이 찾아오길 바란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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