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더니 어느덧 식구가 여덟이 되었네요. 남편과 큰딸의 도움이 있어서 육아의 어려움은 없어요”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딸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딸까지 두세 살 터울로 딸 셋, 아들 셋을 둔 다둥이 엄마 윤희씨(45)의 말이다.
아이들이 많으니 교육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특히 고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이 인성이다. 성장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 삶의 방향과 도덕적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것이 봉사다.
8명의 가족 모두는 4년째 가족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작한 환경정화봉사활동은 텃밭농사로 이어졌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하는 데까지 단순한 일부터 어려운 일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서다. 단독주택인 집 옆의 텃밭을 활용했다. 텃밭농사에는 윤희씨의 가족을 포함, 4가족이 참여했다. 텃밭에는 감자와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당근, 무, 쌈 등 계절별 농작물을 심고 수확했다. 상반기 수확한 농산물만도 300인분에 달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코로나19로 대면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큰 봉사단체 등을 통해 홀로 사는 노인과 호스피스 병동 등에 전달했다.
가족의 봉사활동은 개인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내 인테리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 정재훈씨(48)는 현재 자율소방대원으로, 아내 윤희씨는 학교 어머니 폴리스와 사랑의 나눔 열매봉사단 등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의료봉사에 꿈을 가진 큰딸인 하연이가 적극적이다. 주기적인 헌혈과 벽화 그리기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허난설헌묘와 터널 등 환경정화가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희씨의 봉사활동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30여년 전인 중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버려진 아기들을 돌봐주는 단체를 접하면서다. 결혼 전 직장인 회계법인에 몸을 담고 있을 때는 긴 머리를 잘랐다.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기증하기 위해서다. 5년여 전에는 신랑의 동의를 얻어 망막과 장기기증 등록도 마쳤다. 아이들의 이해도 구하고 있다. 앞으로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쯤. 녹색어머니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건널목 앞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몇몇 아이들이 장애인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놀려대는 모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6명의 아이가 커가면서 늘어나는 경제적인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계기가 됐다.
윤희씨는 “장애는 선천적인 것도 후천적인 경우도 많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게 엄마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바람이다”며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나면 내 맘이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게 봉사다”라고 강조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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