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그러면 神父님이 출마하세요?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이는 10년에 걸친 트로이와의 전쟁을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木馬)’ 계략으로 승리를 거두지만 ‘멘토’라는 교육 용어를 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전쟁에 나가면서 아들 교육이 걱정이었다. 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자식이 삐뚤어지지 않을까,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갖춘 젊은이로 제대로 성장할 것인가. 그래서 그는 그의 친구 멘토에게 아들 교육을 부탁하고 전장으로 나간다. 멘토는 아버지를 대신해 교육을 했는데 때로는 엄격하게 가르치고 때로는 마음 터놓고 친구처럼 깊은 정을 쌓아 갔다. 전쟁에서 돌아온 오디세이는 전쟁에서 승리한 것보다 멘토 덕분에 아들이 훌륭하게 성장한 것에 크게 기뻐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도 충실한 인생 상담자, 또는 반려자나 존경하는 선배를 ‘멘토’라고 하는데 그 어원이 여기에서 시작된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을 항복시키고 6ㆍ25 한국전 때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던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48세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었다. 육군 중장으로 유럽, 필리핀 등 세계를 누빌 때여서 자식 교육에 소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 아들이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하는 기도문을 만들어 수시로 암송했다고 한다.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승리에 겸손하며…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 웃을 줄 알고 눈물도 흘릴 수 있는 사람… 미래를 향해 전진하되 과거를 잊지 않는 사람…” 이렇듯 집을 떠나 전쟁터에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영웅일지라도 자식 교육에 신경을 쏟았다. 그런 게 군인이 아니어도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 너무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자식 교육에 소홀할 수 있다. 심지어 전국을 누비며 부흥설교를 하러 다니는 유명한 목사의 아들이 탈선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 확장에 몰두하던 대기업 총수의 자녀가 마약이나 도박에 빠지는 일도 있다.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친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점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비롯,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 차남 홍업, 3남 홍걸 씨 등 3형제 모두가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등 아버지들의 명예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대권(大權) 문 앞까지 갔다가 자식문제로 낙마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그리고 대권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힘 장재원 의원…등등.

그리고 지금은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아들 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있다. 경기 남부경찰은 그의 장남 도박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이재명 후보는 직접 국민 앞에 깊은 사과를 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아들은 아니지만, 부인의 허위 경력문제로 시끄럽다. 결국 이준석 당 대표와 조수진 의원의 이른바 ‘항명’ 파동도 후보 부인의 문제에 대한 대처방식이 충돌을 빚은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다 지난주 윤석열 후보의 장모가 사문서위조혐의로 재판을 받고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가 자식도 없고 처가도 없는 신부님이나 스님이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물론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신부님이나 스님이 정치를 잘할 것인가? 우리 한국 정치의 현실을 말해 주는 뼈아픈 농담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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