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이 올해 ‘90돌’을 맞았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ㆍ이하 센터)는 1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골자로 한 2022년도 전시 계획 및 주요 사업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테마를 정하기 앞서 센터는 ‘대체불가능한 백남준’을 어떻게 대중에게 소개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예술을 만들고, 기술을 다루고, 사람을 대할 때 가졌던 다정한 성정을 환기하면서 때로는 실험적이고, 때로는 친근하게 관람객 곁에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센터는 백남준이 남긴 말 ‘My Jubilee ist Unverhemmet’를 일종의 선언으로 되새기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대주제이자 모토가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로 정해졌다.
센터는 ‘다정한 기술, 백남준답게’라는 비전 아래, ▲심층 학예연구를 바탕으로 전위적인 전시 기획 ▲공생과 공유의 가치를 나누고 즐기는 페스티벌 기획 ▲소장품, 아카이브, 학술연구 성과의 온라인 접근성 제고 ▲국내외 작가 및 기관과의 협업 경로와 방식 다각화 ▲대중문화예술에 열려 있는 미술관 등 5대 목표를 세웠다.
가장 먼저 관객을 찾아오는 전시는 3월3일부터 9월18일까지 열리는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다. 센터 1층 상설전 공간을 확장해 백남준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열 가지 순간을 되짚어간다. 유쾌하고 무모하며 당당한 백남준의 인간미를 시간 역순, 플래쉬백(Flashback) 기법으로 풀어냈다. ‘삼원소’(2000), ‘루트 66 BBS’(1997), ‘칭기즈 칸의 복권’(1993), ‘TV정원’(1974)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뒤이어 3월24일 개막하는 <완벽한 최후의 1초>展은 6월19일까지 선보인다. 백남준의 예술적 시원이 되는 1961년 작품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을 국내 최초로 시연하는 전시다. 센터는 국내 동시대 예술가들을 연주자로 초청, 관람객들의 생생한 감각을 불러 일으켜 ‘완벽한 1초’를 찾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백남준 생일인 7월20일엔 <아날로그 이머시브> 전시가 오픈한다. 디지털이 보편화된 오늘날 새삼스레 아날로그의 회귀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백남준이 1990년대 사용했던 삼관식 프로젝터와 같은 아날로그 기계 장치를 사용한 몰입형 미디어 환경이다. ‘촛불하나’(1989), ‘시스틴 성당’(1993)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 무한히 확장되는 백남준의 흔적을 만나게 한다.
특히 센터는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오는 29일 백남준의 14주기에 맞춰서 공개되는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는 전 세계 유일의 ‘백남준 비디오 아카이브 플랫폼’이다. 그의 각종 퍼포먼스와 전시의 기록 영상, 비디오 조각과 설치의 소스, 백남준아트센터의 10여년간 연구 성과물을 한눈에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센터는 연극ㆍ실험음악 등을 곁들인 페스티벌과 리투아니아 문화원 등과의 협력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특별한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지나온 만큼 예술로써 즐거움을 회복시키자는 다짐”이라며 “한 작가의 생일이라는 기념일을 모두 함께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 마련했다. 센터를 찾는 이들을 더욱 환대하고, 찾지 않았던 이들에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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