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이 아동학대 사건 관련 참고인 조사를 위해 학부모 동의를 받으면서 유치원 관계자가 동석한다고 안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로 교사를 지목한 상황에서 유치원 관계자의 동석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13일 인천경찰청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의 A유치원 측은 지난 11일 유치원장 명의로 피해 아동과 같은 반 학부모 12명에게 '아동학대 관련 유아 개별면담 안내'라는 제목의 동의서를 앱으로 전송했다. 안내문에는 ‘면담 시 유치원 관계자 함께 동석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B군의 학부모는 “교사가 가해자인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면서 면담 때 유치원 관계자를 동석하도록 하면, 누가 제대로된 진술을 할 수 있겠나”라며 “수사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아동학대 관련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학부모들에게 문건 유출이 용이한 앱으로 일괄 안내문을 보내면서 피해아동의 신원보호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한 학부모가 A유치원 전체 원아 학부모 단체 대화방에 이를 공유했고, 피해아동의 신원이 드러나서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의 아동학대관련 공동 지침상 반드시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지침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목만 있을 뿐 동의를 받는 방식은 제한이 없다. 지역 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동의를 꼭 지면으로 받을 필요가 없고, 전화 녹취 등을 통해 받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피해 아동의 신원 노출 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12명의 학부모와 개별적으로 접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유치원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는 경찰이 학부모에게 직접 동의를 받을 줄 알았지만, 경찰 측에서 일일이 받기가 어렵다며 동의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수사에 개입할 의도도 아니고, 문구도 경찰에 미리 팩스로 보내 검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이 낯선 형사들과 대면조사를 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어 유치원 관계자가 동석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일 뿐 바로 옆에서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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