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가 신변보호 대상자의 가족이 살해당한 참극에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건 지난해 12월15일이다. 검찰 조사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일선 공무원이 유출한 개인정보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충격이다. 구청 공무원의 ‘2만원 알바’가 살인자를 피해자의 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2020년 ‘n번방’ 사건 때에도 주범 조주빈은 수원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에게서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이들을 협박하고 성착취 영상물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부는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접근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이번 사건의 권선구청 공무원은 차적조회 권한을 악용해 차량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가 공무원들에 의해 범죄자의 손에 넘어갔을까, 빼낸 정보를 이용해 얼마나 끔찍한 범죄들이 저질러졌을까. 생각할수록 무섭다. 황당한 건, 이 직원이 2년 동안 1천건 넘는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팔아 넘기는 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선 이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차적조회 권한을 악용하는 것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경기일보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전국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음이 드러났다.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의 개인정보 조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흉악한 범죄자를 도와주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직접 정보를 건네주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이번 참극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권선구청에서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경위부터 조사해 엄정 조치한다고 한다. 공무원 개인정보 처리의 적법성을 중점 점검하고,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가 연계ㆍ운영하는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가 줄줄 새는 걸 막지 못하면 국민들은 언제 어떤 피해를 입을 지 몰라 불안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개인정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접근을 통제하는 등 시스템의 기술적 조치도 보완해야 한다. 현행 시스템에서의 권한 관리가 잘못된 점이 드러난 만큼 접근 및 점검 권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속 대응하길 바란다. 흥신소 등 난립하는 탐정업체에 대해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하고, 관련법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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