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는 5개월여 남았다. 장(長) 없는 도산하기관이 9곳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교통공사, 경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경기아트센터, 경기복지재단이다. 규모나 역할이 다 막중하다. 현 상황을 보는 견해가 나뉜다. 빨리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당분간 대행 체재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도민을 염려하는 목소리다. 정답은 없다.
이런 때 도의 입장이 나왔다. 오병권 도지사 권한 대행이 주문했다. “일부 기관의 기관장 공석에 따른 업무 공백과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언론 등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기관장 공백 여파가 없도록 임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지거나 복지부동하는 사례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 ‘도 공공기관 업무 공백 방지 및 복부 강화를 위한 현안 점검 회의’를 열어서 던진 당부다. 흔들릴 수 있을 때 나온 시의 적절한 지시다.
오 대행의 방향이 옳다. 대행 체제를 전제하고 다 잡는 게 좋다. 우리도 같은 방향을 주문해왔다. 도산하기관장은 도지사 사람이다. 민선 내내 그랬다. 다섯 달 뒤 새 도지사가 취임한다. 그때는 다를 거란 어떤 보장도 없다. 아마 또 그런 인사를 할 것이다. 지금 청문회 하면 두어 달 간다. 고작 해야 두어 달 근무한다. 이런 자투리 기관장을 뭐하러 뽑나. 공연히 ‘나가라, 못 나간다’는 불씨만 남길 공산이 크다. 대행 체제가 백번 옳다.
사실 우리 관심은 이보다 앞서 있다. 현 상황을 대해야 할 각 기관의 자세다. 기관마다 인재들은 있다. 공채ㆍ영입으로 선발했다. 도민을 섬기는 업무다. 공직 못지않게 신성하다.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클 법하다. 사명감도 넘칠듯하다. 그런데 현실은 안 그렇다. 여기에 산하기관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기관장은 될 수 없다’는 정서다. 이 벽이 청운의 꿈을 품을 수 없게 만든다. 이게 다 정치가 보내는 낙하산 기관장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황이 의미 있다. 모처럼 정치 점령군들이 눈앞에 없다. 현직 도지사 바라기들도 사라졌다. 기회다. 조직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다. 팡팡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상 유지에만 머물면 안 된다. 필요하면 새 일도 벌여야 한다. 잘한 것 있으면 언론에도 알려야 한다. ‘기관장 공백 5개월’을 ‘잠재력 증명 5개월’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그 5개월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이런 평을 준비하고 있겠다. “○○기관, 정치인 기관장 없으니 더 잘했다. 앞으로는 정치인 보낼 생각하지 마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