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 전담 조직, 안전체계 강화 역할해야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했다. 일터에서 노동자가 더이상 죽지 않도록 안전체계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못해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 책임자, 단체장 등이 처벌 대상이다. 인명 사고를 낸 사업체 대표가 처벌되고 사업자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던 20대 청년 이선호씨가 사망했다. 일정 규모 이상 컨테이너 작업시에는 사전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씨는 기본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참변을 당했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업체 관계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나라’를 약속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법 시행 전부터 법의 모호성과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가 없도록 기업이 중대산업재해 발생을 억제할 안전·보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법 시행을 앞두고 각계에서 예방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산업재해 예방 강화’라는 법 취지에 따라 안전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책임자 등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느라 중대재해법 전문팀을 구성하는 등 ‘CEO 방어막’을 세우는 곳도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업무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 지자체장이나 지방공기업의 장 등이 포함되면서 지자체들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지정, 관리지침 보완 등 안전관리 체계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경기도는 도지사를 총괄책임자로 하는 안전·보건 관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중대재해 예방·대응 실무 매뉴얼을 제작해 31개 시·군과 공공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도는 노동국이 산업재해 분야, 안전관리실이 시민재해 분야를 맡아 예방 및 감독 등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노동국과 안전관리실은 26일까지 인력을 충원해 각각 ‘중대산업재해팀’과 ‘중대재해대응팀’을 설치하고, 부서별 안전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6개월에 1차례 이상 점검할 계획이다. 시설물별 안전관리자도 두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논란 여지도 있고 미흡한 점도 있다. 법 시행의 핵심은 노동자 안전 강화다. 기업이나 정부 부처, 지자체는 전담 조직, 전문 대응팀이 경영책임자의 책임 회피 수단이 아닌, 안전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 예방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노동자 등 사회 전체가 함께 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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