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베토벤은 아는데 서유구는 누구?"…AI와 함께한 특별한 전시

250여년 전 동·서양에서 두 명의 천재가 태어났다. 조선의 서유구(1763~1845년)와 독일의 베토벤(1770~1827년)이 주인공이다. 요리, 작곡, 사색을 즐겼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을 조명하는 전시를 만났다.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오는 3월1일까지 열리는 <조선관찰사, 베토벤을 초대하다>展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특별 초대전이다. 실학자 서유구가 음악가 베토벤을 초대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테마로 구성됐다.

이 전시에선 18세기 조선과 유럽의 예술, 철학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서유구가 곡갑을 본떠 직접 고안한 30칸짜리 쌀서랍 ‘일체계’는 물론, 조선시대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소반·국수틀 등 가재도구도 전시돼 의미를 한층 더한다. 이와 함께 본 베토벤하우스가 소장한 베토벤 친필 악보·편지 및 비엔나박물관이 소장한 베토벤 주변인물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이번 전시에 AI 도슨트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서유구와 베토벤이 각자의 생애와 저술, 음악·음식, 가족관계·친분관계 등을 가상 목소리와 뉴페이스 형태로 설명해 준다. 관람객이 전시장 곳곳에 게시된 QR코드를 인식하면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AI 서유구, AI 베토벤이 나와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흥미를 끈다. '질의응답'도 받아서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했는지,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 질문을 던지면 그에 걸맞은 답변을 듣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파주 출신 실학자 서유구에 대한 집중 조명이다. ‘임원경제지’의 편찬자인 서유구는 육조판서, 규장각 제학, 당상관 지위에 오르고 일흔(순조 34·1834년)까지도 전라도관찰사 등 관직에 임한 인물이지만 크게 명성이 알려지진 않은 상태였다.

이번 전시의 뼈대는 베토벤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사실상 서유구에 초점을 맞춰 그를 소개하는 만큼, 여느 전시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원형 그대로 복원된 ‘임원경제지’에 대한 정보도 유익하다. 그동안 임원경제지 초고본은 일본 오사카 부립대학 도서관에, 정본은 북한 평양 인민대학당습에 보존돼 복원이 어려웠다. <조선관찰사, 베토벤을 초대하다>展에선 이들을 모아 현재까지 국내에 간행된 ‘임원경제지’를 전시, 내용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개최한 풍석문화재단은 전시 기간 중 주말에 한해 ‘임원경제지’, ‘정조지’를 기반으로 복원한 전통 과자와 음료 시식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동시대 태어난 동·서양의 천재를 보며 서유구를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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