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화려한 게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겁니다.”
지난 14년간 안양 평촌에서 ‘용두동 쭈꾸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재영 신세대상가번영회장(55)은 봉사의 의미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안양 동안구에서 범계역, 인덕원역과 함께 3대 상권을 이루는 평촌역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양재영 회장의 30여㎡ 남짓한 가게 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액자에 담아놓은 ‘방문하신 고객님께 올리는 글’이다. “정직을 우선으로 하면서 항상 감사드리며 음식을 조리하겠습니다”, “손님과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겠습니다” 등 평소 그의 소신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 담겼다.
3급 장애를 안고 있는 그는 17년 전 고향인 충북 영동을 떠나 안양에 터를 잡았다. 불편한 다리로 하루 14~15시간씩 일하는 고된 삶이었지만 그는 매사 남을 먼저 생각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이다. 성가실 법한 상가번영회장을 6년간 맡은 것도 그의 이 같은 성품 탓이다.
그는 먼저 상가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누구나 마음 놓고 찾아올 수 있는 깨끗한 상가 만들기에 나섰다. 반대하는 상인들을 설득해 상가 주 출입구를 가로막는 지저분한 배너광고를 정리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상가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바꾸는 일이었다. 화장실을 개방하면 상가 이용객은 물론 외부인마저 자유롭게 드나들기 때문에 그만큼 유지관리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양 회장은 “사람들이 화장실을 쓰기 위해 1~2번씩 더 오갈 때마다 우리 상가 가게들을 한 번 더 눈여겨보고 다시 찾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상인들을 설득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휴식을 위해 건물 옥상에 마련된 번영회 사무실 한쪽을 내주자고 제안한 것도 그다.
양 회장이 유달리 애착을 갖는 건 지역아동센터의 결손·저소득층 아동후원이다. 비록 크지 않은 후원금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2007년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비영리 민간단체 ‘안양의왕노을아동후원회’를 조직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후원회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해에도 안양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665만원을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올해부터는 매달 10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양 회장은 “봉사는 거창한 게 아니다. 잠깐 시간 날 때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물 한 모금 주는 게 봉사”라며 “손님에게 정직한 음식을 팔고 손님이 결제한 금액을 좋은 일에 소중히 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양=한상근·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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