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가 통제된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방임되는 피해(경기일보 18일자 1·3면)가 잇따르며 ‘병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힘을 싣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시설의 폐쇄성에 더욱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만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지난 2020년 9월 요양병원 병실 내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마찬가지로 노인 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에 대해 같은 내용을 적용하는 노인장기요양보호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됐다.
이들 개정안은 같은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의안으로 상정됐다. 이후 노인장기요양보호법 개정안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공포가 이뤄졌고 오는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반면, 의료법 개정안은 의안 상정 이후로 단 한걸음도 진전이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 보고에 따르면 각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대한요양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반대 입장이다. CCTV를 설치하는 게 되레 의료인 등 종사자와 환자·보호자 간의 신뢰를 저하시켜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대한간호협회는 찬성에 표를 던졌다. 불필요한 투약 등을 방지하는 동시에 입원 환자와 그 보호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요양병원의 업무 부담과 알 권리 보장을 고려해 적정한 주기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요양병원은 자기결정권을 주장하거나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부적절한 진료나 방치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면회가 통제되자 환자의 피부질환 악화를 방치했던 수원 소재 요양병원처럼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김직란 의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병원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CCTV 증거가 없다면 병원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일보 보도에 나온 수원의 요양병원 사례도 CCTV가 있었다면 공방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반대 측에서 주장하는 프라이버시의 문제까지 함께 토론하는 한편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생각을 살펴야 한다”며 “재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기도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고, 보호자 만족도가 확인되면 다른 지자체도 따라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지능력이 취약한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서의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의료기관 내 정보는 민감하거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 CCTV 설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희준·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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