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역’ 논리로 소상공인 억눌러온 정부/이제 와서 집단 면역 말하면 어쩌자는 건가

집단 면역 자체는 계속 논쟁 중인 개념이다. 긍정론도 있다.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 프리(free)’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집단 면역 자체에 대한 판단은 차후 문제다. 그 경지에 이르는 희생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부정론이 많다.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폭증하는 환자를 병상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르는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도 비현실적이다.

외국에서는 집단 면역 방역이 일찌감치 논의됐다. 현재도 집단 면역을 중요 방역 방향의 하나로 잡는 나라가 있다. 다만, 그들 역시 이런 논쟁 속에 휘말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증화율은 낮다. 하지만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워딩이 있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자연 감염이 될지는 답하기 어렵다.”

급기야 우리 방역 당국에서도 얘기된다.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던 지난 15일이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집단 면역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했다. 정확히 옮기면 이랬다. 기자가 먼저 “해외에서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 집단면역을 형성한 것이냐”고 물었다. 손 반장이 “그런 현상들을 국내에서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집단면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표현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언론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부가 집단 면역 구상을 밝힌 것처럼 전했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를 엮었다. 설 연휴 이후 3만명, 3월 30만명 등 예상 수치다. 분명히 언론이 과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단 발언자가 방역 당국의 비중 있는 담당자다. 그가 언론 앞에서 한 발언이다.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많은 국민도 우연한 발언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집단 면역은 의미가 다르다. 철저한 통제를 방역의 틀로 삼아왔다. 거리 두기는 곧 법이었다. 사람 만남도 통제했다. 식당 영업도 통제했다. 종교 의식도 막았다. 위반하면 처벌했다. 행정 명령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런 통제를 합리화한 것이 ‘K 방역 칭송’이다. 거역 못할 사회 규범이었다. ‘방역 이데올로기’에 가까웠다. 그 속에서 자영업이 붕괴됐다. 교회도, 절도 다 기울었다. 죽음만큼 힘든 K 방역의 시간이었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집단 면역을 말하려고 하나.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끓어오르는 저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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