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의회에 황당한 기록이 쌓여가고 있다. 같은 회기에서 의장 선거가 세 번째다. 2020년, 후반기 의장이 1차로 선출됐다. 이후 갈등으로 의장이 불신임 됐다. 기존 의장이 법원에 소송을 냈다. 두 번째 의장 선거가 치러졌고 2차 의장이 선출됐다. 그 후 법원이 1차 의장의 소송을 받아들였다. 2차 의장 선출이 무효가 됐고, 1차 의장이 복귀했다. 복귀한 1차 의장이 사임했다. 의장 선거를 또 해야 한다. 이 게 1년 여 동안의 일이다.
흔히 그렇듯이 시작은 정당간 힘겨루기였다. 지난해 5월 야당 의원들이 의원 2명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그러자 당시 의장이던 제갈임주 의장이 야당 의원 2명을 윤리위에 맞 제소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제갈 의장을 불신임 처리했다. 의장 선거가 치러졌고 고금란 의원이 두 번째 의장에 선출됐다. 그 뒤 수원지법이 제갈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제갈 의장 불신임’과 ‘고 의장 선출’을 무효로 판결했다. 제갈 의장이 다시 복귀했다.
여기까지 여야 책임의 크기는 같다. 시민과 유권자 앞에 똑같은 죄인이다. 시민에 고통 주는 직무 유기였고, 유권자 기대를 져버린 배임이었다. 그 혼란이 법원 판결로 정리됐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그 이후에 생겼다. 수원지법의 판결이 있었던 것은 1월 27일이다. 판결에 의해 그날 즉시 제갈 의장이 복귀했다. 그런데 복귀한 그가 돌연 사임했다. 불신임의 불명예를 벗었으니 만족한다는 이유였다. 의장 공백 상태가 됐다.
그는 이렇게도 설명했다. “시민을 위해 과천시의회가 임기 말까지 기존 체제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사해 보이기는 하다. 그런데 현실은 근사하지 않다. 그의 결정이 의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안 해도 될 의장단 선거를 불렀다. 판결 명령은 제갈 의장 체제로의 복귀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그가 사임했다. 판결이 정한 기존 체제를 무너뜨렸다. 의장단 없는 의회가 된 것이다. 전적으로 그가 만든 혼란이다.
개인의 명예를 중히 여겼음을 짐작 못할 바 아니다. 탐욕스런 정치권에 던지는 신선함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평가를 무색케 만든 무책임이 있다. 과천시의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무책임, 과천시의회에 부끄러운 역사를 남긴 무책임이다. 4년 전, 의원 될 때는 이러지 않았을 거다. 4년을 하루처럼 뛰겠다고 했을 것이다. 4년 의원직을 소중히 받들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물며 의장직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고.
어느 쪽이든 이해 어려운 기괴한 결정이다. 결백이 지나친 건가. 천지간 철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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