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GTX 공약은 분명 수도권 민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의 주민들은 통근·통학의 어려움으로 인해 심각한 삶의 질 저하 문제를 겪고 있었기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을 확충한다는 공약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구축의 핵심 과제는 수도권 주거지역을 ‘서울 도심으로, 급행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광역급행철도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 제고라는 목표에 근접하지 못해 만들어 놓고도 외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GTX 공약을 발표한 대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다. 두 후보의 공약은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GTX 구축의 성과를 가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먼저 서울 도심으로의 연결성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서 GTX는 수도권을 방사형으로 잇는 모양으로 모든 노선이 서울도심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기존 노선을 연장해 경기도민의 직주근접을 강화하고, 수도권 균형발전 등 기능과 비용의 적절한 조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석열 후보 공약의 GTX-E·F 노선은 도심이 아닌 서울 북쪽 지역만을 관통하거나 수도권 외곽을 순환한다. 특히 GTX-F 노선은 제1·2외곽 순환 고속도로를 연상시키는데, 이미 도로망이 잘 구축돼 있거나 건설 중인 노선을 따라 철도를 놓을 경우 충분한 수요와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행 연결 가능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급행 노선 운행을 위해서는 전용노선이 필요한데, 기존선로를 공유할 경우 사업비는 일부 절감할 수 있지만 타 열차와 운행시각 조정 등으로 속도가 느려져 비용 대비 편익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후보는 외곽선 일부만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속 100㎞를 유지해 급행철도의 기능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서울 시내를 경유하는 주요 노선을 기존선로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기존 교통수단을 대체할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작년 제4차국가철도망계획에 김포에서 부천종합운동장까지만 반영된 GTX-D의 경우,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당시 제출했던 원안대로 김포~부천~강남~하남을 경유하는 것으로 공약했다. 반면 윤 후보는 여기에 가산디지털단지·신림·삼성역을 추가했는데, 삼성역의 경우 플랫폼을 지하로 4개나 조성해야 해서 과포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사업 추진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철도건설 사업은 정교한 비용대비 편익 검증 과정이 필요하며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행정능력과 강한 추진력이 관건이다. 각 후보의 공약이 어느 정도의 실현 가능성을 가졌는지, 또한 삶의 질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제고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수도권 주민들의 몫이다.
김포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대부분 지옥 같은 출퇴근길 문제와 교통소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한다. 이는 비단 김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1·2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진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수도권 주민에게 GTX는 삶과 직결된 중요한 관심사다.
GTX 노선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수도권 주민 교통기본권 보장의 청사진이다. 대선 공약으로 소비돼서는 안 되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기존에 철도망 계획에 반영된 GTX-B·C의 조기 착공과 서부권광역급행철도의 차질 없는 절차 이행 역시 필요하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광역교통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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