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가의 ‘멸공’ 표현에 ‘군대 안 갔다 온 인간들이 멸공을 주장’한다는 대선후보. 계산된 표현이라지만 적절치 않다.
6.25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나 군대 가지 않는 여성들은 북한이나 멸공을 말하면 안 되는가. 반일은 일본 안 갔다 온 자들이 주장한다는 것인가. 그럼 기업 해보지 않은 자들이 기업을 재단하고, 자영업을 해보지 않은 자들이 그들의 고충을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해보지도 않고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도 교육이나 간접경험을 통해서 이해하고 말할 것들은 많다.
북한에 대해 변하지 않았다며 강경함을 보일 수도 있고, 변했다며 화해와 협력을 주장할 수도 있다. 멸공을 주장하는 자,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자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관점이 다를 뿐이다. 이런 의견에 군대 경험은 필요 없다. 사실 요즘 군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또한 동일한 경험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어, 주장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타인의 발언을 말꼬리 잡아 어떤 형태로든 공격하는 일들이 사회현상처럼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선거전도 이런 것들로 점철되어 정치가들의 발언은 차마 듣기 민망한 경우가 많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능력이나 인품, 잘 짜진 정책들을 선보여 겨루지 않고, 그저 이기기 위한 온갖 술수만을 찾는 선거전이다. 국민을 위한 부를 직접 창출해보지 않은 자들이 늘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말은 금번 ‘멸공 논란’에 빗대자면 해보지도 않은 자들의 공허한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의 능력에 상관없이 나라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정치가는 그 굴러가는 시스템에 기름칠을 하며 점검하는 정도이지, 시스템은 국민 하나하나가 돌린다.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의 시스템은 정치가들이 특별히 개입하지 않아도 큰 탈 없이 돌아가는 안정된 구조이다. 그런데 정치가들이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거나 브레이크를 걸거나 하면서 왜곡시킨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내겠다면 ‘국민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잘 돌아가는 국가’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연구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은 위대한 자들이 되는 줄 알아, 어려서 대통령들의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노력하여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어본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자들 중에서 선출되는 것으로, 대선이라는 정치의 링 위에 올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쓰러트리면 되는 자들이라 교육해야 할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고의 인물을 가려내지 못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허구를 느낀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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