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가 역학조사까지, 학습권·학생건강 우려된다

다음 달 새학기부터 원격·대면 수업 여부 결정뿐 아니라 역학조사, 밀접 접촉자 조치 등을 모두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학교 방역 관리에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내달 초에는 확진자 수가 더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정상등교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학교의 부담과 혼란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새학기 방역·학사 운영 방안에서 원격·대면 수업 여부를 학교가 알아서 하고, ‘재학생의 3% 이상’ 확진자가 나오거나 ‘격리·확진 등으로 15% 이상 등교 중지’ 학생이 있으면 일부 수업을 제한하거나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밀집도 3분의 2’ 등으로 등교 인원을 정해주는 게 아니라, 학교별 상황에 따라 알아서 등교 인원 등을 정하라는 것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매주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9일 신규 확진자는 5만명에 육박했다. 무증상·경증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이날 재택치료 환자 수는 16만8천20명으로 전날보다 8천851명 늘었다. 재택치료자의 절반 가량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경기 4만6천명, 서울 3만5천908명, 인천 1만777명 등 총 9만2천685명(57.5%)이다.

보건당국은 이달 말 국내 확진자가 최대 17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3월부터 등교를 해야 하니 학교마다 비상이다.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방역당국이 아니라 학교 측이 자체적으로 역학조사를 해서 밀접 접촉자 등을 조치해야 한다. 학교 밀집도를 정해 모든 학교에 적용하기 보다 각 학교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는 것이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생각인데 학교 현장에선 방역부터 역학조사, 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학교에 떠넘겨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해 학생들이 밀집한 학교에서 확진자가 3%를 넘는 건 순식간이다. 이럴 때 신속항원 검사를 학교에 맡겨버리면 제대로 확진자를 잡아내지 못하고, 그 결과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 신속항원 검사키트도 학교별 정원의 20%만 배부하기로 해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수십명 발생할 경우 보건교사가 부족해 담임들까지 역학조사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떠넘겨진 새 방역체계로 학교 역량을 모두 코로나 행정에 소모하게 됐다. 학생들은 학습권과 건강 모두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방역 요원을 학교에 배치하고 검사키트 물량 확보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역 전문성이 없는 학교나 국민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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