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공모가 무산됐다. 경기도가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GH로부터 추천 받은 후보자는 2명이었다. 지자체 산하 도시공사 사장 출신이 있다고 전해졌다. LH 임원 출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명 모두에 도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있다. 부적격의 사유가 공개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공모라는 공개 절차의 취지에도 그게 맞아 보인다.
사실 이번 공모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현직 도의원이 사장에 지원했다. 도의원 이전에 GH 경력이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다. GH는 경기도 산하 기관이다. 당연히 경기도의회 감독을 받는다. GH 사장 임명도 도의회 영향권에 있다. 임원추천위원 7명 중 3명을 도의회가 추천한다. 내정자를 상대로 한 청문회도 도의회가 한다. 그런 자리에 현직 도의원이 지원한 것이었다. 영락없는 셀프지원이다.
공모 신뢰성을 뭉개는 일이었다. 소속 정당을 비난 받게 할 일이었다. 동료 도의원 전체를 욕 먹이는 일이었다. 본보가 이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지역 정치권 내부의 걱정이 상당했다. 수원을 지역구로 하는 한 도의원이 말했다. “동료라고 말하기도 창피하다.” 같은 소속 정당의 중진 인사가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그 도의원은 임원 추천 단계에서 탈락했다.
경기도가 부적격 판정한 2명은 다른 지원자다. 밝힌 대로 부적격 결정의 사유가 궁금하다. 혹시 해당 도의원을 염두에 뒀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석까지 분석하며 파고 들지는 않겠다. ‘부적격 판정’ 결정 자체를 존중한다. 현실적인 측면이 고려됐을 수도 있지 않겠나. 지방 선거가 넉 달 남았다. 민선 8기 도정이 새로 시작된다. GH 사장은 최고 요직이다. 누군가 밀고 들어올 게 뻔하다.
민선 7기까지의 역사가 그랬고, 민선 8기가 다를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 결국 임기 서너달 짜리 사장이다. 굳이 임명할 실익이 적다. 부적격 결정이 그래서 옳다. 대표자 공석 산하기관이 걱정이긴 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교통공사, 경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경기아트센터, 경기복지재단,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내다본 경기도다. 해당 기관이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가 있다. 오병권 도지사 직무대행이 1월12일 직접 지시했다. 공석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진 바 없다.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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