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대산업재해 수사 담당 근로감독관과 지방노동청 6곳의 디지털포렌식 근로감독관 등 45명이 투입됐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했다.
또 지난 9일에는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의 사업장에서 중대 안전사고가 벌어질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도록 한다. 법은 지난달 27일 시행됐고 사고는 이틀 뒤인 29일 발생했다.
노동부는 사고 직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삼표산업의 상시 근로자는 930명 안팎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주에 들어간다. 여기에 노동부는 삼표산업 측이 법에 따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노동 당국은 지난달 31일에도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 사무실과 협력업체 사무실 등을 강제수사한 바 있다. 또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및 본사 관계자 15명을 조사하고, 그 중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여기에 대표이사까지 입건된 것이다.
다만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해도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다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곧장 책임자에게 칼을 겨누면서 처벌을 받는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간의 조사 내용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경영책임자가 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지 집중 수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 역시 위법 정황을 포착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현장 화약류 책임자로부터 이번 사고 당시 자격증이 없는 현장 담당자가 채석장의 천공 지점을 지정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채석장에선 화약류 관리기사 1급 자격증을 가진 책임자가 천공 지점을 정해야 한다.
경찰은 압수한 삼표산업 발파작업 일지에서 사고 전날 오전 폭약 1천800㎏을 사용하면서 현장소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작업 시작 전 안전성 검사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토사 붕괴를 방지할 안정망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발파작업 전후로 자리를 비운 현장소장은 사고가 난 뒤에야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발파팀장 A씨만 입건했으나, 추가적인 위법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고 현장 관계자들이 줄줄이 입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표산업의 전신은 강원지역에서 연탄 수송 등 사업을 위해 설립됐던 삼강운수로, 이후 레미콘이나 골재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 경기도에선 사고가 벌어진 양주시 외에도 파주시, 화성시, 안성시 등 지역의 석산에서 골재를 생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9일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에 위치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골재 채취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했다. 사고 당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을 진행하다 30만㎥의 토사(소방 당국 추정치)가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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