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나온 집’은 식상하다. 식당마다 내 걸렸다. 신뢰가 있을 리 없다. 언제부턴가 역(逆) 문구가 나붙는다. ‘TV 안 나온 집’, 혹은 ‘TV 나올 집’ 등이다. 선거 판에도 그런 일이 있다. 출판기념회가 넘쳐난다. 식상해서 효과도 없다. 그러다보니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출판 기념회 안 한 후보’ 얘기다. 수원시의회 의장을 했던 조명자 의원이 그랬다. 시장 출마한다는게 아니었다. 출판기념회 안한다는 기사였다.
제목은 이랬다. ‘조명자 의원, 출판기념회 없이 수원시장 출사표.’ 그가 인터넷에 올린 짧은 글 소개다. 출판기념회로 폐 끼치기 싫다고 했다. 코로나19 걱정도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묻더라는 거다. 시장 출마 포기했냐고. 그래서 SNS를 통해 선언했다. ‘나 수원시장 도전합니다.’ 세상 모든 출판 기념회를 비난할 건 아니다. 초청이 감사한 때도 있다. 참석 못해 미안한 때도 많다. 그렇지 못한 것들이 탈이다.
초청장 부담은 수없이 지적됐다. 안 친한데 초청한다. 4년마다 던지는 초청장이다. 책 값 두둑이 내라는 거다. 안 그래도 ‘코로나 현상’이 스트레스다. 온갖 초대 문자가 무대뽀로 날아든다. 어김없이 적힌 문구가 있다. ‘마음을 전하실 곳 계좌 번호’다. 이런 판국에 정치인 출판기념회 초청까지 겹쳤다. 다 아는 얘기를 새삼 거내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 더 불쾌한 문자가 있다.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석하지 않았는데 받게 되는 감사 문자다. 두 경우 중 하나일 거다. 참석 여부 확인 없이 무더기로 보낸 감사 문자이거나 불참했음을 알면서도 보내는 감사 문자다. 확인 안 하고 보냈어도 당연히 예의는 아니다. 하지만 더 불쾌한 건 불참을 알면서도 보낸 경우다. 많은 경우가 이렇다. 문자 받는 이에겐 으름장처럼 다가 온다. ‘내가 시장 되면 두고 보자.’ 표가 될 리 있나. 문자 수만큼의 표가 사라질게 틀림없다.
흔히 겪는 가정의 혼사가 있다. 혼주(婚主)엔 고민이 생긴다. 하객 걱정이다. 초대할 대상자를 선택한다. 모든 이들에 보내지 못한다. 욕 듣지 않을 곳을 고른다. 아주 친한 관계이거나 경조사를 서로 챙겼던 사람들이다. 그런게 축복 받는 청첩장이다. 정치인들에게 이 게 없다. 꿔준 돈 수금하듯 막 초청한다. 막판에는 감사장까지 보낸다. 안 온 사람에게 ‘와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불쾌하다. 이런 짓 좀 하지마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