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안식처인데”… 오갈 데 없는 경기·인천 노인들

소소한 낙마저 사라져 우울감·외로움 등 호소
“한파에 난방비도 부담… 백신 접종자엔 허용을”
전문가 “방문 서비스 등 적극적 복지 대책 시급”

15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4동 경로당 앞에서 지나가던 노인이 폐쇄된 경로당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일기자
15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4동 경로당 앞에서 지나가던 노인이 폐쇄된 경로당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일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 우려로 경로당 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갈 곳 없는 경기도와 인천지역 노인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에 따른 집단 감염을 막고자 전날부터 전국 모든 경로당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경로당과 같은 노인여가복지시설에 추가 접종자만 출입·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던 지침이 강화된 것이다. 폐쇄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1시 수원시 장안구 정자경로당은 적막감만 가득했다. 이곳을 지나던 이순희씨(81·여·가명)는 텅 빈 신발장을 보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사는 이씨에겐 경로당은 일상의 낙이었으나 이 같은 조치로 이웃 노인들과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없게 되자 무기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로당 폐쇄 조치가 이뤄진 지 하루밖에 안 됐음에도 화성시 발안면에 사는 최옥분씨(82·여·가명)는 벌써 이웃과의 담소가 그립기만 하다. 더욱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덮친 가운데 최씨는 난방이 잘 안 돼 냉골 같은 집안에서 친구와 웃고 떠든 추억을 떠올리자 우울감에 휩싸였다.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김현남씨(76·가명)도 치매 예방 공간인 경로당을 잃게 됐다. 자녀가 출근할 때마다 외로움을 달래는 경로당은 그에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었다.

김씨는 “텅빈 집에서 반찬 한두 개만 놓고 끼니를 때우자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진다”며 “겨울이라 난방비도 부담스러운데 백신을 모두 맞은 노인들만이라도 경로당 출입을 허용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제한적으로 경로당 문을 여는 한편 적극적인 복지로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홍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3차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경로당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적극적인 방문 서비스로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들을 달래야 한다”며 “더 나아가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며 “안부 전화 등을 통해 마음 방역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 지역 경로당은 1만3천여곳, 인천지역은 1천500여곳이다.

이정민·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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