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건 처리 지연되고 범인 검거율 떨어지면/국민이 ‘수사권 독립 왜 했냐’ 묻지 않겠나

‘도둑놈 잡는 게 경찰이다.’ 아주 오랜 기간 전해 온 얘기다. 국민의 실생활을 지킨다는 말이다. 현장을 지키는 파수꾼임을 의미한다. ‘도둑놈’은 시대를 상징한다. 절도가 주요 범죄였던 시절의 언어였다. 그 ‘도둑놈’이 이제는 민생범죄다. 민생범죄 막아주는 게 경찰이다. 신속한 고소 고발 처리도 거기 함께 한다. ‘민생범죄 잘 잡고, 고소고발 사건 잘 처리하는 게 경찰’이다. 이게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본보가 경찰 내부 자료를 들여다 봤다. 올 초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통계다.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났다. 2020년에는 건 당 55.6일이었다. 2021년에 64.2일이다. 8.6일 늘었다. 신속성은 정확성 다음으로 중요하다. 당사자가 돼 본 국민이면 안다. 사건 처리 지연에 피가 마른다. 55.6일도 너무 긴 시간이다. 앞당기려 노력해야 맞다. 그런데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경찰이 분석한 이유가 있다.

제도 변화다. 지난해 시행된 수사권 조정이다. 사건의 1차 종결권이 경찰에 주어졌다. 검찰의 여러 일이 경찰로 옮겨졌다. 수사심사관 제도, 구체적인 사건 지휘 강화, 수사의 완결성 제고 등의 책임이 생겼다. 경찰은 ‘수사 잘하려고 처리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글쎄다. 이걸 국민이 납득할까. 사건 당사자가 경찰의 이런 사정까지 감안해주겠나. 수사 지연의 불편함만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처리 지연에는 경찰 책임도 있다. 변화의 조직이 따로 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막혀 있다. 민생부서가 밀리는 듯 하다. 경찰서 경제팀이 그렇다. 살폈듯이 기계적 업무량은 늘었다. 그런데 인력 확충은 없다. 그러니 기피 부서가 되고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같은 자료에서 경제팀에 신임 수사관 배치 비율이 13.3%까지 늘었다. 백전노장들이 해야 할 고소 고발 다툼을 신참들이 붙들고 있는 셈이다.

검거율도 떨어졌다. 경찰청이 23일 검거율 목표를 높였다. 당초보다 2.5% 높인 85.3%라고 발표했다. 30여년 전 검거율은 95%였다. 다 옛말이다. 최근 몇 년 간의 검거율 추이를 보자.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85%에서 이듬해 84%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83.3%로 떨어지더니 2020년에는 81.2%까지 갔다. 2021년치는 아직 안 나왔다. ‘도둑놈 잡는 경찰’이란 말이 어느새 무색해졌다.

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위상을 높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경찰의 첫번째 존재 가치가 바뀐 것은 아니다. ‘민생·치안’은 여전히 경찰밖에 할 수 없다. 경찰이 가장 경찰다운 것도 ‘민생·치안’의 현장에 있을 때다. 조직 개편의 큰 틀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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