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독립을 이끈 수원 기생 33인을 그리다’…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그날의 함성'展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왼쪽 네번째)과 전시에 참여한 어르신 및 지역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왼쪽 네번째)과 전시에 참여한 어르신 및 지역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앵무, 김향화, 문농월, 박금란, 박도화, 오채경, 최진옥, 홍죽엽…. 1919년 3월1일 수원에서 목놓아 만세를 부르며 독립운동을 이끈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다. 15세부터 23세까지 꽃다운 나이 10대, 20대 청춘을 바치고 목숨을 내놓으면서 대한독립을 외쳤다.

흑백 사진으로 기억의 한편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103번째 3·1절을 맞이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3월 한 달간 수원 권선구 세류동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열리는 <그날의 함성>展에서 이들은 다시 기억되고, 그려졌다.

<그날의 함성>展은 수원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한 여성 독립운동가 33인의 초상을 선보인다. 엄마 손을 잡고 온 4세 어린 아이부터 100세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세대 구분 없이 전시에 참여해 수원지역 여성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3·1절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겐 바른 교육을, 어르신들에겐 3·1절 정신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103년 전 만세운동이 일어나 민족정신으로 나라를 되찾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민족정신과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3·1운동의 정신을 부흥시켜 이날을 기억하고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날의 함성>展에서 선보인 작품
<그날의 함성>展에서 선보인 작품

시민들이 그린 33인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노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두 손에 태극기를 든 문농월, 굳센 표정으로 만세를 부르는 김향화, 꽃이 잔뜩 수놓아진 치마를 입고 태극기 앞에 선 신정희 등 서툰 솜씨지만 저마다의 색으로 독립운동가를 그렸다.

전시에 참여한 이용재 할머니는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는 나라 없는 설움을 이겨내고 애국심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전시에 참여해 이들을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울먹였다.

이날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은 총 190여점으로 협회 내부와 입구, 협회 일대에 내걸어 지나가는 시민 누구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다. 협회 입구에는 수원지역 독립운동가 33인의 사진도 걸어 독립운동가의 강인한 의지를 느끼게 했다.

전시가 개막한 1일 협회에선 독립의 기쁨을 느끼고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나누고자 어르신들과 함께 당시 귀하게 여겼던 쌀밥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돼 특별함을 더했다.

신현옥 회장은 “소통, 포용, 협력이 어려운 지금 시민들이 직접 도덕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3·1 운동의 정신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세대 구분 없이 애국심을 가지고 하나 되며 후손들에겐 3·1절의 의미를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날의 함성>展에서 선보인 작품
<그날의 함성>展에서 선보인 작품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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