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점 멀었는데 방역패스 해제, K방역 포기한건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인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1일부터 중단됐다. 방역패스 중단으로 식당·카페 등을 드나들 때마다 인증해야 했던 ‘QR체크인’도 폐지됐다. 유흥시설과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 기존 적용시설 11곳 모두 백신 미접종자도 출입할 수 있다. 의료기관, 요양시설, 노인복지관 등 감염취약시설의 방역패스도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방역패스가 도입된 이후 4개월 만이다.

정부는 미접종자의 집회·행사(50∼299명 규모) 참여도 허용했다. 4월에 적용하기로 했던 청소년(12∼18세) 방역패스 계획은 철회했다. 밀접 접촉자 격리 지침도 바뀌어 그동안 확진자의 동거인 중 백신 미접종자는 7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접종완료자는 격리의무를 지지 않았으나, 이제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격리의무가 해제됐다. 보건소에선 더이상 음성확인서 발급 업무를 하지 않는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과 새 방역정책을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돼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1일에만 신규 확진자가 13만8천993명 늘었다. 누적 327만3천449명이다. 방역당국은 복수의 연구기관 전망을 종합해 오는 9일 2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중순쯤 최대 35만명대 규모에서 유행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환자 수도 9일 1천200명을 넘을 것이라고 했다.

방역패스는 도입 이후 적지 않은 논란에 시달렸다.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란 지적이 나와 전국에서 18건의 ‘방역패스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에선 이미 법원 판단에 따라 60세 미만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방역정책의 중심이 ‘고위험군·자율방역’으로 이동했고, 방역패스 효력 중지 소송에 따른 정책 혼선 등을 고려해 방역패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며칠 전 방역패스 중단 계획이 없다했는데, 갑자기 ‘연령별 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전면 중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상 방역패스 폐지 수순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둔 선거용인지, K방역을 포기한 것인지 우려스럽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고, 중증환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폐지 등 방역 완화를 언젠가 시행해야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잇따른 방역 완화 신호가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높일 수 있다. 섣부른 방역패스 해제조치가 더 큰 유행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개개인에게 방역 책임이 떠넘겨진 각자도생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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