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 보고서] 법조계에서 보는 경찰개혁, '실패'에 가깝다

경찰. 연합뉴스
경찰. 연합뉴스

경찰이 비대해진 권한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경기일보 2월24일자 1·9면)에 대해 법조계 역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지난해 1월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뒤 1년 동안 경찰의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경찰의 문제점은 ‘수사관이 형사소송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서울중앙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월27일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1천459명 중 1천55명(72.3%)은 경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그 중 758명(71.8%)은 경찰의 법률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 같은 법조계의 평가는 지난 연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밝힌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수사권 조정 이후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등에 방문한 적 있는 변호사 47명 중 32명(68.1%)은 수사과정에서의 전반적인 경험이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능력이 떨어진다’, ‘처리기간이 너무 길고 조사도 전문적이지 못하다’, ‘증거조사도 하지 않고 안 된다는 거짓말로 회피한다’, ‘불송치 사유서를 송부하지 않거나 부실했다’ 등의 평가들이 나왔다. 경찰이 행정편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응답도 31명(65.9%)를 기록했다.

민변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지미 변호사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권을 조정했다고 처리 사건 수가 급격히 늘어나진 않았을 텐데 경찰이 허덕인다는 건 법적인 지식이 부족한 탓”이라며 “수십년간 수사권 독립을 외쳐왔지만 정작 준비는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팀 탈출 러시 현상처럼) 베테랑이 빠져나간 자리를 법적 지식에 숙달되지 않은 인력이 채우다 보니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양적인 측면에서의 인력 보강이 아니라 법적 지식을 가진 수사 전문인력의 보강이 시급하고, 현원에 대한 재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 수사 단계부터 의뢰인과 동행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경찰은 검찰에서 보완수사 지시를 받고도 ‘수사 기밀’ 등의 이유를 대며 어떤 걸 보강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며 “수사 효율보다는 검찰의 권한을 빼앗아 오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꼬집었다.

검찰 출신 장성근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 자체가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서 민원인들 입장에선 불만이 굉장이 많아졌다”며 “견제와 균형이 실현돼야 하는데 경찰에만 일방적인 권한이 부여됐고, 고소인 쪽에 치우치거나 피고소인 조사를 허술하게 하는 등 편파적인 행태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찰의 영장 청구권 확보 의견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은 신병을 제약하는 사안인 만큼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될 검사가 영장 청구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를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사권 조정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검경 모두 극복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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