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경기본부에 도내 289개 기업 피해 접수
절반 이상 대금 회수 어려움… 물류·정보난 뒤이어
#파주에 위치한 장비제조업체 A사는 2019년부터 우크라이나에 쿠션탱크시스템 등 도로 충격흡수시설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지난달 말부터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일 선적이 예정돼 있던 2억원 규모의 물품을 아직까지 보내지 못한 채 이렇다 할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만 우크라이나와 20억원 가량의 가계약이 체결돼 있지만, 이마저도 어떻게 될지 미지수가 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국가들의 판로 자체가 크게 감소한 상황인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에 식품·산업 검사장비 등을 수출하는 성남 소재 B사는 올해 사업계획서를 전면 재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당장 이번 달에만 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러시아 고객사에서 계약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러시아 은행 결제망 배제 때문이다. 여기에 전쟁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도 대금 지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물건을 만들고 보내지도 못하고 대금도 받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의 여파가 경기지역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악재로 번지고 있다. 더욱이 전쟁이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황이다.
7일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들이 실시간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289개 기업들이 협회에 피해를 접수했다. 애로사항으로는 대금 회수(56.1%), 물류 애로(31.6%), 정보 부족(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도의 대 러시아 수출 규모는 18억3천만달러(2조2천463억원), 대 우크라이나 수출이 9천600만달러(1천178억4천만원)에 달했던 만큼 경기지역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 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은 “도내 수출기업들에게 물류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유관기관과의 합동 대응 등을 지속적으로 준비할 방침”이라며 “정부 건의 등도 적극 추진해 도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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