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인가 부실 선거인가. 사전 투표 논란에 등장한 논쟁이다. 꼭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 정치적 상황을 가미한 해석이다. 부정 선거라면 불공정 선거를 뜻한다. 선거 당사자 일방의 편을 드는 선거다. 현 대선에서는 이재명 또는 윤석열 등 특정 후보 편들기다. 부실 선거라면 준비되지 못한 선거를 뜻한다. 선거 절차, 유권자 편의 등을 감안하지 못한 부족함이다. 5일 빚어진 확진자 사전 투표 논란은 어느 쪽인가. 대체로 부실선거라 말한다.
그 이유를 차분히 보자. 첫째, ‘소쿠리 투표함’이다. 부실한 투표함 맞다. 다만, 이 투표함이 특정 후보만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증거는 없다. 둘째, ‘기표된 투표지’다. 부실한 용지 관리다. 이 역시 한 쪽 후보의 이름만 찍혀 있던 것은 아니다. 이재명 용지, 윤석열 용지가 다 발견됐다. 셋째, ‘참관인 없는 투표용지 수거’다. 부실한 현장 진행 맞다. 하지만 특정 정당 참관인만 참관시켰다는 얘기는 아니다. 넷째, ‘자전거 창고 투표소’다. 부실한 편의 제공 맞다. 이 때도 모든 유권자가 불편했다.
정치권의 기류도 대체로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관위를 질타했다. “확진자 사전투표에 큰 혼란이 생겼는데 선관위의 사후 해명도 불성실했다. 사전투표일에 중앙선관위원장은 출근도 안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더 강하게 선관위를 비난했다. “선관위가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면 쓰레기봉투, 택배박스, 심지어 직원 호주머니를 투표함으로 쓰는 엉터리 투표관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선거라면 그 최대 피해자는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다. 그가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층을 분열시키려는 공작이다.” 부정 선거가 아니라고 사실상 밝히고 있다. 이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의견이고,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 해석이다. 그런면에서 일부 보수 진영의 부정선거 주장은 지나침이 있다. 2020 총선 부정 선거와 연계하려는 논리비약의 정도 강하다. 그들 스스로 앞서의 ‘불공정 행위의 비현실성’을 설명해 내지도 못하고 있다.
부정선거로 몰아가지 말자. 야당에도 도움 될 게 없다. 부실 선거만으로도 충격은 충분하다. 직접·비밀선거의 가치를 훼손했다. 선관위 불법이다. 공정 선거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선관위 무능이다. 국민의 이의제기를 난동으로 몰았다. 선관위 오만이다. 불법 선관위, 무능 선관위, 오만 선관위다. 이것만으로도 선관위는 존재의 근거를 잃었다. 그런 선관위를 책임진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
산적한 선거 업무 핑계 댈 생각 마라. 어차피 투표소 난리난 날도 없었잖나. 출근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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