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수원의 한 고교 3학년 새내기유권자 김유진(18)씨는 동네에 있는 사전투표소를 찾아 생애 첫 투표를 경험했다. 투표지를 접고 투표함에 넣으면서 문득 어릴 때 보았던 개표방송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큰 체육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열심히 투표지를 정리하는 모습. 그 모습을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내 투표지가 개표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과 손을 거치게 될까?
■ 투표함 접수·개함 및 투표지 정리
유진씨의 투표지가 담긴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하면 담당사무원이 이를 접수한다. 개표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함의 투표지 투입구와 앞·뒤쪽 자물쇠에 부착된 특수봉인지가 훼손되진 않았는지, 투표참관인의 서명은 잘 기재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개함하는 장소로 인계한다.
이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투표함을 열고 개함상 위에 투표지를 쏟는다. 유진씨의 투표지에 다른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첫 순간이다. 투표사무원들은 접혀있는 투표지를 한 장씩 펼쳐 일정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한다.
■ 후보자별 투표지 분류
정리된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단계다. 이때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를 위해 수작업을 보조하는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한다. 투표지분류기는 OCR(광학인식기술) 방식을 적용하여 투표지에 찍힌 기표형태와 위치를 인식한 후, 정상적으로 기표된 투표지는 후보자별로 분류하고 무효투표지와 기표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투표지는 재확인대상으로 별도 분류하는 단순한 역할을 한다.
재확인대상 투표지는 두 란에 기표되거나 투표용구의 잉크가 일부만 찍혀 기표된 것 등을 말한다. 유진씨가 한 명의 후보자에게 정확하게 기표했다면 투표지분류기에서 정상 분류될 것이다.
■ 투표지분류기 해킹 가능할까?
투표지분류기 프로그램 해킹으로 개표결과 조작이 가능하진 않을까? 그런 우려는 안 해도 좋다. 투표지분류기는 작동 전 프로그램의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보안시스템을 적용, 권한 있는 사용자 외에는 임의로 작동할 수 없다.
투표지분류기는 외부 통신망과 단절돼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영되므로 외부 해킹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 투표지 심사·집계 및 득표수 검열·공표
후보자별로 분류된 투표지들을 한 번 더 확인할 차례다. 개표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투표지심사계수기를 이용, 다른 후보자의 투표지 혼입 여부 등 후보자별로 정확히 분류가 되었는지 개표사무원이 육안으로 확인한다.
앞서 투표지분류기 운영 과정에서 재확인대상 투표지로 분류된 투표지 역시 개표사무원이 한 장 한 장 전량을 맨눈으로 심사·확인하여 유·무효표로 구분하고 유효표는 다시 후보자별로 분류한다.
이후 개표상황표를 보며 계수 착오 여부 등 개표결과 작성이 정확한지 다시 확인하고 정당에서 추천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등이 또 한 번 후보자별로 득표수, 무효득표수를 검열한다.
다음으로 투표구별로 개표가 완료되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개표상황표에 따라 후보자별 득표를 공표하는데 이는 전체 득표수 집계 시 부정이나 오류를 막기 위한 것이다.
■ 개표결과 공개
위원장의 개표결과 공표 후 개표소 내에 개표상황표 사본을 게시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개표집계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개표진행 상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http://info.nec.go.kr)을 통해 실시간 공개한다.
선관위는 방송사에도 개표자료를 실시간 전송하는데, 방송사측이 개표자료를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등 방송 시스템 환경에 맞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간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선거일 개표방송을 보는 게 좋겠다.
■ 개표 현장의 감시자
정당·후보자가 선정한 개표참관인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선정된 개표참관인은 투표함 개함부터 개표의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본다. 개표소 안에서 개표상황을 언제든지 순회·감시·촬영하고, 참관 도중 투표의 효력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혹시라도 위법사항을 발견할 때에는 그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유진씨의 투표지는 개표되기까지 여러 단계, 여러 사람의 육안 심사·확인을 거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전체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정확하고 온전하게 소중한 한 표로 반영될 것이다.
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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