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길 건너다 깜짝’...인천 초교 스쿨존 절반 신호등 없어

단속 장비도 부족해 위험한 등굣길

8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초등학교 초등학생들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 차와 섞여 등교하고 있다. 최종일기자
8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초등학교 초등학생들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 차와 섞여 등교하고 있다. 최종일기자

“불안해서 아이를 혼자 등교시킬 수가 없습니다.”

지난 8일 오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초등학교 앞.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지자 혼자 등교하던 A군(9)이 횡단보도에 발을 올렸다 물러서길 반복한다. A군이 멈춰선 횡단보도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초등학교 주출입구 300m 안)이지만 신호등은 물론 과속단속장비 조차 없다. 한참을 망설이던 A군이 급한 마음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난 직후 불과 몇 초 차이로 트럭이 규정속도를 위반한 채 지나간다. 운전자에게 경고 효과를 준다는 속도표지판은 사람이 지나가도 차량으로 인식하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혼자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아 등굣길에 위험한 상황을 보면서 걱정한 적이 여러 번”이라며 “아이들이다보니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 차들이 쌩쌩 거리고 다니니까 불안하다”고 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서구 신석초등학교 앞 스쿨존. 휴대전화에 시선을 뺏긴 초등학생이 횡단보도를 지나는 순간 ‘빵’하는 클락션 소리가 울린다. 검은색 승용차 1대가 아이 옆을 지나며 연신 클락션을 울리자 아이는 그자리에 얼어붙어 어쩔 줄 몰라한다.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아이들이 학교 주변에 주차한 차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며 “운전을 할 때 아이들이 보이질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 700곳 중 399곳(57%)은 신호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부터 도로교통법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무인 교통 단속장비도 전체 스쿨존 중 41%(290곳)는 없는 상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스쿨존의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은 운전자가 스쿨존임을 자각하게 해 사고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설치했으나 이면도로와 골목 등의 지역은 설치가 힘든 곳이 있다”며 “이곳들도 설치를 검토하고 있고, 무인단속장비는 올해 133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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