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李 득표차보다 많은 무효표 30만, 개선책 필요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무효표가 나왔다. 무려 30만7천542표에 이른다. 19대 대선(13만5천733표), 18대 대선(12만6천838표) 무효표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의 득표차보다 많다.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는 1천614만7천738표, 윤 후보는 1천639만4천815표를 득표해 윤 후보가 24만7천77표를 더 받았다.

두 후보간 표차보다 무효표가 많이 나온데는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후보직 사퇴가 영향을 줬다. 두 후보 모두 투표용지가 인쇄된 시점 이후에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후보직을 내려놨다.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사전투표의 경우 두 사람 이름 옆에 ‘사퇴’ 표시가 있었으나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가 배부되는 본투표에는 표시가 없었다. 이때문에 본투표 당일 경기도내 한 투표소에선 유권자가 ‘안 후보 이름이 투표용지에 인쇄돼 있다’며 항의 소동이 벌어졌다.

무효표는 두 후보가 사퇴 전인 지난달 23∼28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 무더기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주권을 행사한 표가 무효표가 되는 것은 유권자로서 황당할 것이다. 사퇴한 후보에 대해 우롱당한 기분도 들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외국민 투표 이후 후보직 사퇴를 막는 ‘안철수 방지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올라왔다. 이미 안 후보에게 투표한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표가 무효가 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안 후보가 2012년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 선거 도중 후보직을 내려놓은 건 이번이 4번째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도 무효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감안해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관리로 참사가 발생했다.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자에게 주는가 하면, 투표용지를 쇼핑백이나 종이박스,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 참관인도 없이 투표함으로 옮기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난 것이다.

뻔히 예고됐던 상황을 대응하지 못하고 선거의 기본원칙마저 지키지 않은 선관위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고, 자칫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소지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선관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일부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박탈당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표가 무효표가 되게 해선 안된다. 무효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 선관위의 투표 운영·관리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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