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에 빼앗긴 생명, 시설 없어 4~5일葬/“화장하라” 명령하던 국가, 책임도 못지고

화장시설이 부족한 건 오래된 얘기다. 적어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 문제였다. 그도 그럴게 2000년 이후 화장률이 급증했다. 1992년 화장률은 18.4%정도였다. 2005년 52.6%로 늘었다. 화장장 부족이 사회 문제화 된 게 바로 그 즈음이다. ‘원치 않은 4일장’ 부작용도 그때 등장했다. 그러면서 미래 걱정을 논의했다. 2020년대를 향한 경고였다. 화장률이 90%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기했다.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아 2022년에 왔다.

2021년 처음으로 화장률 90%를 넘었다. 주변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6만7천438명이 사망했다. 이 중에 6만2천634명이 화장됐다. 화장률 92.9%다.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이를 처리할 도내 화장터는 4곳이 전부다. 수원시 연화장, 성남시 장례문화사업소, 용인시 평온의숲,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이미 처리 용량을 초과했다. 사망에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런 변동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던 차였다.

여기에 대형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다. 2020년 이후 시작됐다. 2021년 이후 급증했다. 최근 들어 심각해졌다. 13일 0시 기준 사망자가 251명이다. 하루 전인 12일에는 26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누적 사망자가 이제 1만395명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3일장’이 어려워졌다. ‘3일차 화장률’이 1월 85.3%에서 2월 77.9%로 줄더니 3월 들어서는 47.4%까지 낮아졌다. ‘5일장’도 많다. ‘3일장’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화장은 유교적 전통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이 의식이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변했다. 그렇게 한 번 늘어난 화장률은 뒤로 가지 않았다. 계속 높아졌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 이 역시 화장 문화가 갖는 독특한 흐름이다. 이 문화에 더해진 코로나다. 화장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불행히도 화장 시설 포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대책을 말했다. 화장 회차를 늘리고 예비 화장로를 추가 운영하는 등 방안을 냈다.

이게 정부 대책인가. 책임이 정부에 있다. 코로나 초기 사망자 처리 지침을 냈다. 유가족과 영면도 못하게 했다. 그대로 화장하도록 했다. 국가가 내린 명령이었다. 과연 옳았을까. 근거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이 토론은 차후로 미루자. 당장 필요한 건 화장 시설이. 국가가 코로나 사망자 화장하라고 했고, 유족들은 그 명령을 따르려고 한다. 그러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명령을 따르려 했는데, 시설이 없어서 구천을 떠돌게 한대서야 말이 되나.

현장에는 더 돌릴 예비 화장로도 없다. 회차를 더 늘려봐야 한계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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