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밀린 요양시설 노인들… 종합병원 거부에 손도 못쓰고 임종

인천지역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등의 응급상황에도 대형병원의 치료조차 받지 못한채 임종을 맞고 있다. 요양시설과 협력관계를 맺은 병원들이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전환해 일반 환자를 받지 않는데다, 종합병원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포화를 이유로 환자의 전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노인들의 의료공백을 최소화 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지역 내 요양병원 등에 따르면 A요양병원에서는 이달 초 80대 노인 환자 2명이 사망했다. 요양병원 측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던 환자들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자 부랴부랴 주변의 종합병원에 연락을 돌렸지만 전원할 곳을 찾지 못했다. 요양병원 측은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이 역시 소용이 없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지금 요양병원은 연일 환자가 죽어나가는 지옥이라고 봐야 한다”며 “눈 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가족들에게 와서 임종을 지키라고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

지난달 지역 내 한 B요양원에서도 87세 노인이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갈 병원을 찾지 못해 몇시간만에 임종을 맞기도 했다. 요양원은 인근 병원으로 노인을 옮기려 했지만, 주변 종합병원은 물론 1시간 거리의 종합병원조차도 모두 전원을 거부해 손을 쓰지 못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벌써 이런일이 여러차례 반복하는데,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미칠 것 같은 마음”이라며 “계속 같이 지내던 분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특히 지역 내 요양시설들이 그동안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병원들이 코로나19 거점 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의료 사각지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종합병원들이 환자를 거부하는 상황에 협력병원마저 사라진 셈이어서 노인들이 갈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이 며칠만 치료를 받아도 상태 호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병원에 가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반복하고 있다.

특히 종합병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의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응급실은 물론 중환자실마저 포화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요양시설에서 긴급 환자가 들어와도 중환자실 병상 자체가 없어 별다른 후속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계층이 노인들”이라며 “통일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해 탈코로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요양시설에서 전원하지 못해 사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함께 요양시설이 의료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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