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꺽다리 촌놈, 원숭이…’.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렇게 그의 정적(政敵)들은 링컨을 무시했고 특히 스탠턴 같은 사람은 앞장서 링컨을 조롱하고 반대했다. ‘팔이 긴 원숭이’라는 모욕적 비난을 했던 사람도 스탠턴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링컨이 대통령이 되고 내각을 구성할 때 자기를 조롱하고 반대했던 스탠턴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링컨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통합에 두었기 때문에 그렇게 파격적 인사를 한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된 스탠턴은 링컨에 충성하며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으니 링컨의 인사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링컨은 통합을 매우 중요시 했다.
러시아 영토였던 알래스카를 미국의 영토로 만든 데에도 링컨의 ‘통합의 리더십’이 숨어 있다. 러시아로부터 720만달러에 알래스카를 사들인 윌리엄 스워드 국무장관을 국무장관에 임명한 대통령도 링컨이었고, 그가 암살되자 부통령이었던 존슨이 대통령에 오르면서 그대로 유임됐다. 특히 스워드는 대통령 지명전 때 링컨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는데도 그를 포용해 국무장관에 임명했고 스워드 역시 알래스카 매입 등 미국에 공헌을 했다.
남북전쟁도 결국 미국의 통합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결과였다. 세계 2차 대전이나 월남전, 6<2027>25 한국전, 그리고 최근의 아프간 전쟁에서 죽은 미군의 숫자보다도 많은 60만 명이 목숨을 바친 남북 전쟁이 아닌가. 이렇게 엄청난 전사자를 내면서 링컨이 이 전쟁을 밀고 나간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남북전쟁 하면 노예해방을 생각한다. 그러나 링컨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하면서도, 그리고 전쟁 중에도 노예해방을 선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부 주를 점령한 북군 사령관들이 노예를 해방시킨다고 발표하자 그들을 엄하게 경고했다. 한 신문에서 이와 같은 링컨의 자세를 비판했는데 링컨은 그 신문 편집인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가 전쟁을 하는 것은 미국의 연방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노예해방을 않고도 연방이 유지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남북전쟁의 목적은 노예해방이 아니라 ‘하나 된 미국’을 위한 것이요, 요즘 우리 대통령 선거 때 자주 등장했던 ‘국민통합’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국가 통합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링컨의 정신은 지금 우리나라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지금 갈라질대로 갈라져 심한 갈등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보수와 진보, 물과 기름 같은 이념의 분열은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번져 있고 세대, 젠더, 노동, 문화 예술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이렇게 나라가 온통 분열의 열병에 걸려 몸살을 앓은 때가 일찍이 있었던가.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는 외국 언론이 ‘역대 최악의 선거’ 또는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혹평할 정도로 분열을 넘어 ‘증오의 선거’가 됐던 만큼 앞으로의 정국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국회의 벽을 무난히 넘을 수 있을지, 장관의 국회 청문회는 또 얼마나 시끄러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회 청문회 동의 없이도 23명이나 장관에 임명된 독선을 되풀이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야 선거기간 내내 약속했던 국민통합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힘겹게 정권교체를 이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야말로 링컨의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정파와 이념, 세대, 성별을 초월한 정부를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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