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脫보수 非진보’, 윤석열 당선인 제3의 길 가나

후보 시절 윤석열 당선인이 반복했던 말이 있다. “민주당에도 올곧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은 그들이 생각을 펼 수 없게 만든다.” 단순한 선거 구호로 넘기기엔 발언 횟수가 많았다. 특히 선거 막판에 오면서 거의 모든 유세에서 말했다. 이를 보고 ‘정계 개편’ 의도를 예상한 의견들도 있었다. 물론 훨씬 많은 의견이 현실성 없다는 부정적 전망이긴 했다. 그때의 워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인수위원회 구성의 면면이다.

인수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보수 정당이 아니다. 중도 노선을 지향해왔다. 지역적으로 호남이 기반이다. 호남의 지역 색깔은 민주계다. 정통 보수라 할 영남과 거리가 있다. 안 대표의 위원장 임명은 후보 단일화 결과물이다. 단일화 약속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념 색깔을 점칠 단서로는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래서 보게 되는 것이 후속 인사다. 인수위에 여러 기구를 뒀고 책임자를 선임했는데, 내용이 주목된다.

국민통합위원장에 김한길 전 대표가 임명됐다. 민주당의 전신이라 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다. 지역균형발전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둘의 기용이 과도기적 선택이라만 보이지 않는다. 앞서 선거대책본부에도 선택됐었다. 임명권자인 윤 당선인의 의지가 거듭 확인된 대목이다. 향후 국정 운영의 실질적 파트너로까지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논란이 있지만 김부겸 총리 유임설까지 나온다.

윤 당선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동경을 피력했었다. 공교롭게 우리 정치사에 큰 정계개편이 노 전 대통령 때 있었다. 대통령 당선은 새천년민주당으로 됐다. 당내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다. 끊임 없이 당에 휘둘렸다. 그런 노 대통령이 선택한 것이 정계 개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새판이 짜졌다.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탄생했다. 기득권 거대 정당, 당 기반 부족, 여소야대 등이 지금 윤 당선인의 처지와 같다.

상대는 180석 거대 야당이다. 쉽게 흔들릴 몸집이 아니다. 다만, 정계개편이라는 궁극적 형식을 제하고 논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정 운영에서 탈(脫)보수·비(非)진보 정도의 길을 선택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인수위에 인적 선택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전면에 나선 게 국민의당, 구(舊)민주당, 원(原)친노다. 이들이 정통 보수의 밑그림을 그릴 리 없다.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6월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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