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겠다… 화학사고 대피소 ‘무용지물’

도내 153곳 지정했지만 표지판 없는곳 ‘수두룩’
사고나도 위치 몰라… 道 “지자체에 홍보 독려”

화학사고 대피소로 지정돼있는 용인특례시 죽전1동 행정복지센터 다목적실 앞이 출입금지가 붙어있는 의자로 막혀있다. 윤원규기자
화학사고 대피소로 지정돼있는 용인특례시 죽전1동 행정복지센터 다목적실 앞이 출입금지가 붙어있는 의자로 막혀있다. 윤원규기자

일산화탄소 누출 등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화학사고에 대비해 경기도가 153곳의 ‘화학사고 대피장소’를 지정했지만 정작 도민들은 대피장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장소를 알리는 표지판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도민들에게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대피장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전 안양시 호계다목적체육관. 이곳은 화학사고 발생 시 안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인 4천237명을 수용해야 하는 화학사고 대피장소다. 그러나 주변 어디에도 안내 문구 및 표지판 등이 전혀 없어 이곳이 대피소라는 것을 시민들은 알지 못했다.

평소 강아지 산책을 위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이곳을 방문한다는 지역 주민 최상호씨(64·가명)는 이곳이 화학 대피소인 걸 아는지 묻는 질문에 “체육관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내된 것이 없는데 내가 어찌 알겠느냐”며 눈을 흘겼다.

또 다른 화학 대피소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용인시 상갈동·양지면·포곡읍·죽전1동 행정복지센터 등 위급 상황 시 화학 대피소로 사용할 수 있는 4곳을 차례로 방문한 결과, 그 어디에도 이곳이 화학 대피소라는 것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용인시는 “안내 표지판 설치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설치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 체육관, 도서관, 행정센터 등 지역 환경에 맞는 공공장소 153곳을 화학 대피소로 선정하고, 11월 경기데이터드림 홈페이지에 장소를 공개했다. 그러나 대피소를 지정해 놓고도 이를 알리려는 어떠한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작 화학사고 발생 시 주민들이 대피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상식 우석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화학사고는 피해 범위가 넓고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정부에서 주민들이 신속하게 화학 대피소로 피신할 수 있도록 위치를 고지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모르는 화학 대피소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달라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발생한 것 같다”며 “향후 화학 대피소 안내 표지판 설치 여부를 시·군 행정 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등 지자체가 홍보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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